스마트폰과 MP3 플레이어가 보급되면서 전 세계 음원 시장의 대세는 '디지털 음원'이 됐다. 곡을 내려받거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감상하는 방식(스트리밍)이 전 세계 시장의 60%(매출 기준)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 시장의 왕은 '콤팩트디스크(CD)'다. 음원 시장 전체의 80%다. 한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멸종하다시피 한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가 올해 두 건이나 나왔다. 일본인들은 왜 장당 가격이 2500~3000엔(약 2만5000~3만원)에 이르는 CD를 좋아할까.

일본인 특유의 '수집벽'과 '팬덤(fandom·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광적 지지)'이 결합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을 넘어, CD 등 관련 물건을 소장하는 걸 선호하는 것이다. 인기 곡을 모아 '재탕'한 '히트곡 모음(greatest hits)'도 수집용으로 인기가 높다.

한 사람이 같은 음반을 여러 장 사도록 유도하는 홍보 방식도 한몫 거든다. 똑같은 음반이라도 표지를 다양하게 만들고, 악수권(해당 가수가 여는 '악수회'에서 가수와 악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표), 콘서트 초대권 등 다양한 부록을 넣는다. 30장(현장 사인), 50장(가수와 단둘이 사진 찍기) 등 음반을 많이 살수록 특별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걸그룹 AKB48은 앨범을 사면 '투표권'을 한 장씩 준다. 매년 인기투표로 멤버 순위를 매기는데, 순위가 높아질수록 무대 중앙으로 진출하게 된다. 열성팬은 앨범을 수백 장씩 사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에게 몰표를 주기도 한다. 실제 이들의 싱글 앨범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지난 5월 발매 하루 만에 146만 장이 팔렸다.

보수적이고 꼼꼼한 기업 경영 문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일본 음반 업계에서는 아직도 디지털 음원의 수익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디지털 음원 업체와 저작권 관련 논의에만 수년씩 걸릴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