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의 우경화 조짐이 뚜렷하다고 하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을 인터뷰한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의 기사에 대해 "왜곡 보도"라고 반발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안 교수가 문제 삼은 기사는 '위안부 조사담당 한국인 교수가 전면 자공(自供·자백)'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된 지난 4월 10일자 슈칸분슌의 인터뷰 기사다.
이 잡지는 지난 1월 안 교수를 인터뷰했다. 당시 보도가 아니라 '연구 목적'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이 주간지는 3개월 뒤에 "1990년대 한국에서 위안부 실태 조사를 행한 최초의 연구자인 안 교수가 위안부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 실패'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당사자인 안 교수가 자신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식으로 오인(誤認)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안 교수는 "1990년대 당시 조사가 단기간에 끝났기 때문에 연구자로서는 미진한 구석이나 아쉬움도 남아 있다는 말을 '조사 실패'라는 식으로 단정해서 왜곡 보도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주간지 취재진이 사전(事前)에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이나 성노예에 대해 유도 질문을 한 뒤,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자신의 답변을 거두절미하거나 덧붙이는 방식으로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질문에 안 교수는 '위안부 강제 모집이 인신매매와 사기 등의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주간지는 이런 대목은 반영하지 않은 채 "동물 사냥 같은 '위안부 사냥'이 있었다고 한다면, 사회질서가 무너져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정정 및 반론을 거듭 요청했지만 잡지사 측에서는 회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슈칸분슌은 지난 1959년 창간된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다. 하지만 최근에는 '혐한론(嫌韓論)'을 부추기는 기사들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주간지는 지난해 11월 '박근혜의 아줌마 외교'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이) 악담을 퍼뜨리는 '아줌마 외교'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