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추석 연휴가 끝났다. 그러나 5개월 동안 단 하나의 경제·민생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기껏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否決)시킨 일밖에 한 게 없는 국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명절 후 첫날을 맞았다. 야당은 다른 모든 민생 법안을 세월호특별법의 인질로 잡고 있는 입장 그대로이고, 여당은 이런 야당을 움직일 방법을 찾는 데 속수무책인 모습 그대로다. 여야(與野) 원내대표들은 10일 접촉을 시도하다 만나봐야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여야가 세월호법을 둘러싸고 싸우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시급한 경제·민생 법안들은 통과시켜 가면서 하라는 것이 이미 확인된 민심(民心)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60~70%가 여기에 동의하고 있고 반대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세월호법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성격이 다른 것을 연계해 장외투쟁까지 해가며 싸우는 데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결과다. 이 정도 여론조사 결과면 거의 '명령'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추석 기간 중 지역구에 다녀온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 해산' 같은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죽하면 "세월호 유족 아닌 국민은 국민도 아니냐"는 분노까지 터져 나왔다. 의원들이 민심이 극단적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서야 확인했다면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그런데도 장외(場外)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박영선 비대위원장까지 참여해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걷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의원 중에는 "독하고 질기게 싸우겠다"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고 한다. 재집권 가능성은 고사하고 당의 존속마저 점차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도 작정이나 한 듯이 민심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무슨 이념 집단도 아닌 야당이 여론의 흐름을 이렇게까지 수렴하지 못한다면 국민과의 소통에 큰 고장이 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 본회의엔 상임위와 법사위 심의를 이미 거친 경제·민생 법안이 91건 올라가 있다. 여야 간에 이견이 없어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통과시키는 절차만 남아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한 달여 전인 지난 8월 7일 이 법안들을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하고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이것을 새정치연합 측이 파기하면서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외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등 8000건 가까운 법안들은 상임위 단계에 막혀 있다.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여기서 무조건 경제·민생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법 협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국회가 국민의 하소연과 아우성을 또 무시하면 인내의 한계에 이른 민심이 세월호법 정도가 아니라 국회 자체를 뒤엎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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