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부터 민간위탁·매각까지 마을 활성화 대책 다각 검토"경기도가 2006년 4월 개원한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파주영어마을). 부지 27만㎡에 영어권 국가의 작은 도시 하나를 옮겨온 듯한 형태의 건물과 숙박시설 등 49개 동이 들어섰다. 땅값을 포함해 무려 990억원이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 손학규 경기지사는 개원식에서 "어학연수를 나가지 않아도 영어권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공교육의 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었다.

한산한 영어마을… 식당 안내판엔 영문 대신 한글 - 휴일이었던 지난 31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파주영어마을) 안에 있는 도로 주변이 한산하다(왼쪽). 영어마을이 들어섰던 초창기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이곳에 있는 음식점 안내판도 영문에서 한글로 바뀌었다(오른쪽). 초기에는 원어민 종업원이 일하며 영어로 주문을 받았지만, 요즘은 이곳에서 영어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8년이 흐른 지금 파주영어마을은 경기도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처음에는 반짝 인기를 누렸으나 영어마을에서 며칠 합숙하며 영어로 생활해보는 체험만으로는 '영어 교육'이라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됐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보다 오히려 관광객들 발길이 더 잦은 곳이 됐다.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며 경기도가 매년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운영 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휴일인 지난 31일 찾아간 파주영어마을은 한산했다. 오후 1시쯤인데도 거리에는 100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영어 체험보다는 입장권을 끊고 둘러보는 관람객 일색이었다. 김지민(36·경기 고양시)씨는 "건물과 거리가 예뻐 바람 쐬고 사진 찍으러 가끔 온다"고 했다. 영어로 말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슬로건이었던 '몰입 교육'은 빈말이 됐다. 이색적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동남아인 관광객들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파주영어마을의 합숙 교육 인원은 2013년 3만5500명으로 2012년의 4만4768명보다 줄었다. 올해는 세월호 여파로 각급 학교가 단체 체험학습을 중단해 더욱 타격이 크다. 반면 일일체험이 늘어났고, 캠핑장·스포츠센터·레일바이크 등 설립 취지와는 동떨어진 부대시설이 북적거린다. 광고·드라마 등 상업 촬영, 시설 대관으로도 수익을 올린다. 이 때문에 영어 교육기관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파주영어마을에 조성 비용을 포함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더구나 매년 운영비로 30억원가량을 지원할 정도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산하기관인 만큼 공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 4월 취임한 김정진 사무총장은 "프로그램 원가가 계속 올라가도 이용 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업으로 충당해야 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 재임 시절인 2012년 파주영어마을의 민간 위탁을 추진했다. 경기도의 재정 부담 완화와 영어마을의 경쟁력 확보가 명분이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에서 다수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대 측은 "민간 위탁을 하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시설 중심으로 운영될 소지가 많고, 교육 프로그램의 비용이 높아지는 등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맞섰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가 새로 취임한 이후 다시 파주영어마을의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어 돌파구가 생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에는 남 지사의 측근 참모들이 현장 실사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평생교육국 관계자는 "파주영어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처럼 직영하면서 경영 개선에 나서는 방안, 민간 위탁, 매각, 용도 변경 등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