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섹시하다. 각선미가 돋보이는 강렬한 붉은 색의 의상을 입은 채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 속 이하늬의 모습은 섹시함 그 자체다.
그런데 이 여자, 섹시함에서 그치지만은 않는다.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다. 어쩔땐 푼수 같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전편인 '타짜1' 속 정마담, 김혜수와 비교되는 이하늬의 우사장 캐릭터지만 섹시함으로 무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마담과는 확연하게 다른 인물이다.
우사장은 정마담 뿐만 아니라 이 캐릭터를 연기한 이하늬하고도 뭔가 달라 보인다. 그간 TV 혹은 스크린에서 봐왔던 이하늬는 지적이고 세련되고 시크하고 쿨했다. 실제로도 그럴것만 같았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이하늬에게 지적인 이미지를 선사했고 국악을 했던 이력은 뭔가 그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하늬가 푼수 연기라니.
그런데 이하늬는 그게 자신의 실체란다. 오히려 딱딱한 캐릭터들을 연기할 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른단다. 목까지 시뻘개질정도로. 때문에 망가지는 연기에 대한 걱정은 당연히 없었다.
"걱정은 없었어요. 나의 실상을 까면 되겠구나 싶었죠(웃음). 그 전에 사실은 '시카고'라는 작품에서 록시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더 편했던 것 같아요. 록시의 첫 대사가 욕이었거든요. 워낙 센 캐릭터를 많이 하고 나니까 그런 것에 초연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늘 혼나는 스타일인데 내가 누구를 혼내야 하니까 귀까지 빨개지더라고요. 그런 걸 보완하고자 창녀, 형사, 밑바닥까지 간 레지, 그런 역할들의 대본을 구해서 읽고 입으로 뱉고 연습을 많이 했었죠. 욕이 아주 착착 달라붙게요(웃음). 저는 첫 드라마 때부터 저와 멀리 떨어진 캐릭터로 시작을 했었어요. 처음엔 그게 독이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에요. 처음부터 풀어진 역할로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와 비슷한 역할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거든요. 실제 성격과 이미지가 달라서야 참 먹고 살기 힘들어지겠구나 싶었죠(웃음). 그래도 점점 여러가지 캐릭터를 하다보니까 더 좋아진 것 같아요."
'타짜2'는 노출에 대한 부담이 있는 영화다. 적나라한 베드신, 혹은 전라노출 등의 수위 높은 요소는 아니더라도 '타짜2'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벗고 치는 화투' 장면에서 이하늬는 속옷만 입은 채 화투를 쳐야햐는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여배우로서 힘들법도 한 이 촬영을 이하늬는 덤덤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스코리아 출전을 위해 비키니를 입었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회상하며 "이제 많이 단련됐어요"라고 호호호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미 벗었는데 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일단 벗으면 그 판에 집중을 해야됐으니까요. 제가 그런 것에 많이 단련된 것 같아요. 미스코리아 때 처음 비키니를 입었는데 그때의 당황스러움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그런 수백번의 경험들이 단련돼서 덤덤해지는 것 같아요. 경험들을 무시 못 하죠. 처음에는 이걸 어떡하나 싶었는데 나중에는 강해지더라고요. 미술하는 친구한테 누드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미술하는 친구들은 누드모델을 하나의 피사체로 본다고 하더라고요. 성적으로 본다면 돈을 더 많이 줘야겠지만 피사체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요. 저 역시 그렇죠. 저는 피사체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되는 것 뿐이에요. 이미 하기로 했으면 불편한 걸 티 내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배우가 불편해 하면 현장 자체가 불편해지는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불편해도 불편한 내색을 할 수가 없죠(웃음)."
고상하고 우아했던 이하늬는 '타짜2'로 많은 변화를 맞을 것 같다. 그의 연기를 보고 넓어진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기 때문. 한층 폭이 넓어지고 성숙해진 이하늬, 그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을까.
"무대를 끊임없이 섰던 것이 제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매일 극장에서 매일 연기하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던 게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죠. 사실 여배우들이 많은 역할을 연기하면 좋지만 자의든 타의든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무대를 통해서 자유 분방한 모습들, 까불어보기도 하고 '금발이 너무해'에선 맹추같은 역할도 해보고 '시카고'에선 살인까지 하는 여자를 연기했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 제게 조각조각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든지 풀 수 있는 준비가 이제는 많이 돼 있는 것 같고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어떨때 힘을 줘야겠다 풀어야겠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안정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웃음)."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