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홍지동의 한 가정집. 첼로와 기타, 카혼(타악기)을 든 세 남자가 거실 한쪽에 섰다. '모노반'이라는 포크밴드였다. 그들 앞에는 30여명의 사람이 옹기종기 앉았다. 좁은 거실이 곧 악기와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난 후 뮤지션과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대화를 나눴다. 이날 공연은 뮤지션들의 비영리단체 '아현동쓰리룸'이 기획한 '홈메이드 콘서트'의 3회차였다. 뮤지션들이 공연 신청을 한 사람의 집에 직접 찾아간다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매달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고, 예매도 페이스북에서 한다. 관객은 각자 먹을 것을 가져와도 된다.
최근 뮤지션들이 음악 공연에 색다른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넘어 여러 형태의 소통이 시도되는 것이 특징이다. 홈메이드 콘서트를 운영하는 밴드 '피터아저씨'의 멤버 천휘재씨는 "가정집에 소수의 사람만 놓고 하는 공연이니 더 친밀한 분위기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시 춘천상상마당에서는 MC 메타, 피타입 등 힙합 뮤지션들이 '힙합스테이'라는 공연을 열었다. 산사(山寺)에서 하는 템플스테이의 콘셉트를 일부 빌려 공연에 앞서 뮤지션들이 직접 힙합의 역사와 의미, 랩 가사 작법을 강의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래퍼들의 지도를 받아 직접 쓴 랩으로 배틀(battle)을 벌이는 순서도 있었다. 전국에서 몰린 500여 참석자들은 강의를 듣고 래퍼들과 밤샘 파티까지 즐겼다.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파블로프도 지난 7월 춘천 상상마당에서 '러브락 아카데미'라는 콘셉트로 공연을 했다. 이때는 뮤지션들이 팬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순서가 포함돼 있었다. '힙합스테이'를 기획한 MC 메타는 "힙합 팬 중에도 장르의 특성과 역사를 모르고 무턱대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취지에서 강의 프로그램을 넣었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뮤지션들이나 지방 공연장은 홍보 효과를 노리고 이런 이색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독특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상상마당 관계자는 "뮤지션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싶은 팬들은 작은 지방 공연도 꺼리지 않고 찾는다"며 "팬과의 거리를 줄인 공연이 뮤지션과 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