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지면서, 중동 역학구도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군사·경제·종파적 이해관계로 대립하던 중동 인접국과 강대국들이 오직 IS를 막기 위한 전투에 함께 뛰어들면서, 중동판 오월동주(吳越同舟·사이가 나쁜 오나라와 월나라가 한 배에 탔다는 고사성어)가 시작된 것이다.
1일(현지 시각) 이라크 북부 아메를리 상황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IS가 두 달이나 고립시키고 살해 위협을 가했던 시아파 주민들이 풀려났는데, 이 구출 작전은 미국 공수부대와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족, 그리고 이 지역 시아파 민병대들의 합작품이었다. "현지 '시아파 민병대'가 이란의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에서 훈련받은 이란 병력이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2일 전했다.
현재 이란은 1979년 친미 왕조를 무너뜨리고 세워진 반미(反美) 공화국이다. 미국의 중동 최대 동맹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적(主敵)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해 수년째 강도 높은 국제 제재를 이끌고 있다. 이란은 최악의 경제난을 반미주의와 지하경제로 무마해나가고 있다.
끈질긴 악연을 무너뜨린 것이 IS다. 미국은 시리아·이라크에서의 IS의 비인도적 잔혹 행위와 자국민 살해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세력'으로 보고 공습에 나서고 있다. 이란으로서도 이라크와 시리아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위협하는 수니파 극단 세력 IS의 발호를 용인할 수 없다. 미국과 이란은 이미 지난달 이라크 알말리키 전 총리에게 사임 압력을 넣는 데 합심한 데 이어 IS를 소탕하고 이라크 통합 정부를 지원하는 일까지 같은 배를 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관계 개선을 공식화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란의 동맹인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나 또 다른 테러 집단 헤즈볼라를 간접 지원할 위험도 있고, 이슬람 종파 분쟁에서 한쪽 편을 든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란 온건파 대통령 하산 로하니는 최근 "IS 소탕을 위해 미국과 협력" 운운했다가 최고지도자의 '경고'를 받고 "협력 절대 불가"로 번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