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경험이 교육적 효과를 발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됐다.
어린이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넓혀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놀이'다. 놀이는 허구적이다. 놀이는 본질적으로 일상생활과 분리된 활동이자,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를 넘어설 수 있는 허구의 세계이기도 하다. 또한 놀이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이며, 즐거움과 재미의 원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놀이는 확정되지 않은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놀이와 교육이 만나는 지점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이다. 이미 문화예술교육의 놀이성은 듀이, 로웬필드, 가드너, 브루너, 로저스 등 많은 심리학자, 교육학자의 가설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감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기법, 재료나 도구에 대한 기량 훈련에 국한되지 않는다.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놀이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며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암웨이와 하자센터가 공동 추진 중인 '생각하는 청개구리-움직이는 창의놀이터'는 놀이와 교육이 만나는 문화예술교육의 좋은 사례 중 하나다. 필자 역시 참여하는 이 창의놀이터의 프로그램들 가운데 '떴다! 골목놀이'의 경우, 참여 어린이들이 직접 놀이 규칙을 정하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노는 활동이다. 승패보다는 모두 함께 뛰어놀며 놀이에 몰입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모르는 아이들이 부대끼면서 친구, 형, 누나가 생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창의놀이는 일상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림책이나 잡지를 놓고 자녀에게 "이 그림 안에서는 어떤 것들이 보이지?""그 건물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자녀와 함께 길을 걸으면서 "이 나무와 저 나무는 어떻게 다르지?"와 같이 아이들이 사물의 유사점과 이질감을 직접 찾게 하는 질문을 많이 던지고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익숙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을 한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유형화된 이미지에 익숙해 더는 질문하지 않는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절대 같지 않다.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자녀들에게 유태인 부모는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느냐"고 묻고, 미국 부모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며, 한국 부모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질문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귀가 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일정 시간 어른과 대화를 함으로써 상황이나 관계를 표현하는 언어를 학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을 배웠느냐가 아니고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이해의 관점과 상황에 대한 적절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상황에 대해 표현하는 언어가 풍부한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생각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이 가장 좋은 창의놀이가 될 것 같다.
●문의: (02)3468-6341(한국암웨이 사회공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