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신축된 대구스타디움은 대구 시민들로부터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개장 첫해인 2002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33억원의 적자(총 397억원)를 시민의 혈세(血稅)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총수입(대구FC의 입장료, 대관료 수익 등)은 4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경기장 개·보수비와 인건비 등 지출은 40억원이었다.
적자 폭이 큰 원인은 경기장이 도시 규모나 재정에 비해 지나치게 크게 지어졌기 때문이다. 대구스타디움은 한·일월드컵이 열린 20개 구장 가운데 관람석 규모(최대 6만6422명 수용)가 셋째로 크다. 대구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대구FC는 지난해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면서 올해 평균 관중이 1085명(10경기)에 그치고 있다.
경기장이 대구시 외곽에 있어 접근성도 불편하다. 약 1.7㎞ 떨어져 있는 인근 지하철역(대공원역)에서 내린 후 20분 넘게 걸어서 가거나 3개 노선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가야 한다. 2011년 민간 자본 유치로 경기장 옆에 지어진 복합 문화 쇼핑 시설 '대구스타디움몰'은 경기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 7월 현재 전체 171개 점포 중 70개가 미분양(미분양률 40.9%)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다른 월드컵경기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총사업비 1조8490억원을 들여 전국 10개 도시에 축구 경기장을 신축했다. 이 가운데 절반인 5곳이 적자(2012년 기준)를 기록했다. 인천문학경기장은 작년까지 290억원 가까운 누적 적자를 기록했고, 제주월드컵경기장 역시 최근 3년간 적자가 23억여원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건축비·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할 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현재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유일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서울시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이 함께 월드컵 대회 전부터 면밀한 사후 활용 방안을 준비했다. 경기장 스탠드 아래 공간을 수익 시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사후 활용 방안 용역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임대 업종을 추렸다. 월드컵이 끝난 뒤 추린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 시설을 운영해 12년간 흑자(2002~2013· 연평균 92억원)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