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로션이나 크림 안 발라도 괜찮은 거 아니냐고요? 여자처럼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요? 귀찮다고요? 지금 거울부터 보세요.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당신의 그 '귀차니즘' 때문에 생긴 거예요."
이 남자, 무섭도록 단호하다. 폴 재러드 프랭크(Frank·45) 박사는 미국 뉴욕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피부과 의사로 꼽힌다. 환자의 50% 이상이 남성. 남성 주름과 피부 안색 개선 전문가로 특히 유명하다. 미국 화장품 피부과 및 성형수술협회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최근엔 미국 남성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회사 '랩시리즈'의 공식 자문 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프랭크 박사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얼굴이 놀랍도록 팽팽했고, 잔주름 하나가 없었다. 그는 "20대부터 선크림과 로션을 정말 열심히 발랐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했다"고 했다.
―남자의 주름은 여자보다 대개 깊다.
"피부가 여자보다 두꺼워서 그렇다. 상대적으로 주름이 늦게 생긴다. 대신 깊게 파인다. 부드러운 휴지를 구겼을 때와 두꺼운 마분지를 구겼을 때 생기는 주름의 깊이가 다른 것과 비슷하다. 수분 공급을 꾸준히 해주는 게 최선이다. 남자들은 대개 얼굴이 기름기로 쉽게 번들번들해지는데, 그래서 건조하지 않다고 착각한다. 속은 바싹 말라 있는데 말이다. 매일 세수하고 나서 꼭 수분 크림을 바르고, 외출할 때마다 선크림을 챙겨야 한다."
―많은 남자가 화장품 바르는 걸 싫어한다.
"정 귀찮으면 딱 하나만 꾸준히 발라라. 에센스든 수분 크림이든. 아예 안 바르는 것보단 훨씬 낫다."
―주름이 많아도 멋진 남자가 있지 않나.
"브래드 피트, 리처드 기어? 그들은 영화배우다. 얼굴에 화장품을 잔뜩 발라 분장을 하고 조명 아래 카메라 앞에 선다.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 아니다. 미안하지만, 보통 남자들은 그렇게 보일 수가 없다."
―또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면?
"피부는 결국 몸의 반영이다. 속이 썩고 상했는데 피부가 좋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잘 먹고 잘 자야 피부가 좋아진다. 인공 감미료·설탕을 피하고, 하루 8시간씩 자고,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면 누구나 금세 회춘한다."
―말은 쉽다. 한국 남자들은 야근도 많이 하고 술도 많이 마신다.
"술과 담배는 최악 그 이상이다. 매일 주먹으로 얼굴을 세게 때리면서 붓지 않기를 바라나? 그것과 똑같다. 그래도 못 끊겠다고? 일단 거울부터 한 번 더 보고 얘기하자(웃음)."
―피부 관리에 늦은 나이라는 것도 있나?
"없다. 시작하면 무조건 젊어진다. '물방울로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이 있다. 조금씩 매일 하는 걸 이길 순 없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숙면을 취하면서 수분 크림 바르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시술은 단언컨대 아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