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자살 또는 타살, 질병에 의한 자연사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인은 재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에서 자신의 고추밭을 살피던 마을 주민 박모(77)씨가 발견했다. 검찰이 5월25일 전남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에 있던 유 전 회장의 별장을 급습한 지 18일이 지난 뒤였다. 두 지점 간 거리는 2.5km 가량이다.

유 전 회장은 신도들과 고립된 상태에서 반듯이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검·경은 사인과 관련해 “외견과 1차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 전 회장의 시신 재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가 독살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70대 고령인 유 전 회장이 도주 중 영양실조나 야간에 산 속에 머무르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저체온증과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 교수는 “영양실조는 오랫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아야 하는 상황인데 정황상 그랬을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저체온증에 의해 사망하려면 유 전 회장이 추위나 극한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야 했다”며 “두터운 옷에 내복까지 갖춰입은 상태였고, 시기도 5월 말~6월 초여서 저체온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추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씨가 당뇨병 등 지병이 있었다면 도주 과정에서 이 병이 악화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자연사나 자살, 타살 등 사인을 명확히 추정할만한 단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유씨의 사망시점에 대해서는 "시신의 부패 상태로만 사망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며 "지난 5월 25일 검찰 급습 당시 유 전 회장이 생존했던 게 확실하다면, 그로부터 가까운 시점에 숨졌다고 추측할 수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