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작년 4월부터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약물 처방과 정신질환 검사 없이 간단한 정신과 외래 상담만 받는 경우 '정신질환(F코드)'이 아니라 '일반 상담(Z코드)'으로 건강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환자들이 정신질환 치료 기록이 남는 걸 꺼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별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 병원은 지난 1년간 Z코드 진료 환자 수가 5명에 불과했다.
경증(輕症) 우울증도 3~6개월 이상 약물 처방을 해야 한다. 가벼운 정신질환자에게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없는 Z코드 진료를 받으라고 권해 봐야 효과 있는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증상이 가벼운 사람들까지 할 수 없이 F코드 진료를 받다 보니 실제는 경증 환자인데도 중증(重症)이라서 F코드로 분류된 것으로 인식되는 부작용까지 생겨났다.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조사에서 성인의 14.4%가 정신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그들 중 정신과 진료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15.3%밖에 안 됐다. 미국(39.2%)·호주(34.9%)·뉴질랜드(38.9%)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에 혼자 끙끙 앓다가 증세가 깊어지는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가벼운 정신질환은 당뇨·고혈압처럼 누구나 앓을 수 있고 간단한 투약으로 쉽게 치료가 된다. 정신과에 찾아가 진료받는 걸 부담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민간 보험 회사에서 F코드 진료 경력을 이유로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거나 회사에서 직원 입사·승진 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정부도 가벼운 질환에 대해선 일정 기간 이내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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