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에서 내 직업은 '오너셰프(owner chef·음식점 주인 겸 총주방장)'라고 소개되고 있다. 누가 오너셰프가 뭐냐고 물으면 "익숙한 사자성어로는 '자영업자'"라고 농담 삼아 말한다. 많은 사람에게 오너셰프가 흥미로운 직업으로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요리사를 지망하는 어린 학생들에겐 오너셰프가 선망의 직업이 됐다. 주방 신입직원 면접 시 장래 목표를 물으면 99%가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건 조그만 식당 하나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오너셰프는 자본주의 시대 최대의 '변태' 내지는 '바보' 같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보다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느냐'가 중요한 잣대다. 맛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이윤을 생각지 않는다. 손해가 나도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접시가 깨끗이 비워져 돌아와야 한다. 이것으로 자아실현을 했다고 믿고, 행복을 느낀다.그러다 보니 오너셰프는 '저소득 전문직'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12년 이미 인구 70명당 식당 1개였다. 덕분에 한국의 식당 폐업률은 매년 95%에 달한다. 식당 100개가 개업하면 이 중 95개가 문 닫는단 소리다.
오늘날의 식당업은 35%의 식재료비와 35%의 인건비, 15%의 일반관리비(전기료, 수도세, 통신비 등)를 기본으로 안고 간다. 임대료, 금융비(이자), 감가상각비, 마케팅 비용 등은 아직 계산도 안 했다. 양심적으로 식당을 할 경우에는 0~1% 정도의 순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 7일, 하루 18시간 일해 1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100만원이 남는 게 도덕적인 식당업이다.
아르바이트로 1995년 처음 주방에 들어와 어언 2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처음 요리사가 됐을 때 받던 급여와 현재의 급여를 비교하면 크게 오르지 않았다. 남들은 왜 오너셰프를 계속 하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접대하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씩씩하게 식당업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좋은 뜻으로 식당을 하는 분들이 많다. 여름이면 섭씨 50도가 넘는 주방에서 오늘도 땀 흘리며, 요리사들만의 방식으로 공양드리고 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