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내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가 때아닌 '신림동 비하 논쟁'으로 들끓었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한 재학생이 올린 '신림역 근처엔 왜 이렇게 질 떨어지는 사람이 많죠?'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신림역 일대는 전반적으로 다른 서울 번화가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패션과 외모, 머리 모양 등이 전반적으로 저렴해보인다'라고 썼다.

몇몇 학생이 즉각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나' '글쓴이는 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폄하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이내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식의 반론에 파묻혔다. 한 서울대생이 '신림역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원래의 글을 옹호하자 순식간에 80여개 '추천'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원래의 글은 다음 날 결국 삭제됐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5000명 가까운 서울대생이 이 글을 읽고 동조 댓글을 수십개 달았다. '신림 자체가 본래 가난한 동네였다'거나 '애잔함이 밀려오는 동네다'라는 내용들이었다. '같은 유흥가라도 강남은 신림과 급이 다르다'며 강남과 직접 비교하는 글들도 잇따랐다.

고(高)학번 서울대생들은 "과거 이 게시판의 논쟁이 수준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을 비하·혐오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세대 차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림동에서 5년간 자취를 했다는 사회학과 4학년 박모(29)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생 넷 중 하나는 신림동에서 자취를 했다. 학교 주변에 대해 '질 떨어진다'고 말하는 서울대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림동은 서울대생 대부분에겐 삶의 터전이자 연대감을 주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강남 출신 신입생이 크게 늘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대의 한 교수도 "강남 출신 학생이 늘어나면서 서울대생들이 빈부 격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서울대 저학년 학생들은 '죽음의 오각형'이라고 불리는 논술·내신·수능·특기·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하느라 사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데다 유복한 강남 출신이 많아 빈부 격차에 대한 성찰 대신 '싫다'는 반응만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