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옷장 199크로나(3만원), 6단 책장 595크로나(9만원), 2인용 소파 995크로나(15만원)….'

세계 최대 가구회사인 이케아(IKEA)의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매장에 붙어 있는 가격표다. 이곳 면적은 5만7000㎡(약 1만7200평)로, 이케아가 43개국에서 운영하는 349개 매장 중에서 가장 크다. 이 매장은 침대·책장·의자·식탁 등 가구, 컵·쿠션·이불보 같은 소품, TV·냉장고 등 전자제품까지 1만여 종의 상품을 판매한다. 매장에서 만난 미카엘(Mikael·45)씨는 "주말을 맞아 딸을 데리고 침대를 사러 왔다"며 "이케아 가구는 다른 회사보다 20~50%가량 싼 데도 품질이 좋고 튼튼해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세계 가구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만든 이처럼 파괴적인 가격은 어떻게 가능할까.

◇매 순간 가격을 생각하라

이케아의 전 세계 가격 정책은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소(小)도시 엘름훌트에 사무실을 둔 '이케아 오브 스웨덴(IKEA of Sweden)'에서 관할한다. 이케아 오브 스웨덴의 시가 헤미스 제품전략담당 매니저는 "모든 직원이 항상 '저렴한 가격'이라는 끝없는 주문(never-ending mantra)을 외운다"며 "원자재 조달부터 디자인·제조·배송·매장 운영 등 전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해 제품 가격을 낮춘다"고 말했다. 부품으로 쓰는 나사 하나에도 그런 정책이 반영돼 있다. 미셸 아쿠나 이케아 교육담당 매니저는 "플라스틱 나사의 나사 기둥 부분에 홈을 파서 무게를 0.1g 줄였다"며 "그만큼 플라스틱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연간 비용이 총 100만크로나(약 1억5300만원) 절감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이케아 매장에서 고객들이 창고에서 원하는 제품을 꺼내 카트에 담고 있다(위). 5만7000㎡ 규모로 세계 최대 매장이지만 입구에서 손님들을 안내하는 직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입구 벽면에는 현재 판매 중인 저렴한 상품과 가격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제품을 저렴하게 만든다고 품질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이케아 측은 "신제품을 개발·테스트할 때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품질·안전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며 "싼 가격만 고집하고 내구성을 소홀히 한다면 가구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디자인부터 운송비 절감 고려

인건비 최소화도 제품 가격을 낮추는 주요 수단이다. 현재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짓수는 1만여 개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정규직 디자이너는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필요할 때마다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해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매장 내에도 직원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객은 전시공간을 둘러보며 종이에 필요한 물품 번호를 일일이 적은 뒤 창고에서 직접 물건을 찾아서 카트에 담고 계산대로 향한다. 각 제품은 반(半)제품 형태로 납작하게 포장해 판매한다. 이런 방식으로 가구 조립에 필요한 인력이나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스웨덴 엘름훌트의 주방가구 공장은 제조 공정의 85%를 자동화했다. 자동화율을 높이면서 최근 작업 인원은 270명에서 200명으로 줄었다. 그것도 부족해 인건비가 싼 폴란드에 새로 공장을 지었다. 닐스 빅달 생산관리 담당자는 "스웨덴의 인건비는 동유럽·터키 지역과 비교하면 4~5배 비싸다"며 "스웨덴 공장은 자동화로 24시간 가동하지 않으면 이들 지역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 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유통 비용에 대한 고민도 크다. 가구 운송에 사용하는 목제 받침대를 재생 용지 받침대로 교체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목제 받침대는 부피가 커서 트럭이 많이 필요하고 제조 단가도 비싸다. 하지만 종이 받침대는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데다 재활용도 쉽다. 이케아는 "이 방법으로 유럽 지역에서 트럭 운행 횟수를 연간 약 5만 회 줄였고, 운송비도 10% 감축했다"고 밝혔다.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제품 디자인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 디자인을 개선한 '칼락스(Kallax)'라는 책장은 프레임을 더 얇게 만들어 재료비를 줄였다. 또 운송용 컨테이너를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도록 크기와 모양도 수정했다. 카밀라 올슨 운송 서비스 매니저는 "제품 디자인 때부터 운송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한다"고 말했다.

◇연말 한국 매장 오픈…가구업계 비상

이런 이케아가 올 연말 국내에 첫 매장을 연다. 1호점인 경기 광명점은 6만5000㎡(약 2만평) 규모로, 스톡홀롬 매장보다 8000㎡ 넓어서 세계 최대(最大) 매장이 된다. 울프 스메드버그 이케아코리아 마케팅 담당 이사는 "이케아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스톡홀름 현지가(現地價)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달 3만원짜리 의자, 2만9900원짜리 침실용 탁자, 6000원짜리 다리미판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공개했다. 대부분 국내 제품보다 훨씬 싼 편이다. 국내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에 대비해 대형 매장을 만들거나 온라인으로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올 3월 이케아 광명점과 가까운 서울 목동에 대규모 가구 매장을 개설했다.


☞이케아(IKEA)

1943년 스웨덴의 출신의 잉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세계 최대의 가구 회사. 작년 매출은 292억유로(약 40조4000억원). 반제품 형태로 재료와 부품을 납작하게 포장해 판매하며, 고객들이 직접 조립해야 한다. 이케아란 회사명은 창업자 이름(Ingvar Kamprad)과 그가 자란 농장(Elmtaryd), 고향(Agunnaryd)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