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샤를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 수백대의 택시가 시속 10㎞ 이하로 서행하며 도로를 사실상 막아버린 것이다. 비슷한 시각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3만대 이상의 택시가 주요 지점을 장악하고 총파업을 벌여 사실상 도시 기능을 마비시켰다.

유럽의 택시 기사들을 전례 없는 대규모 동맹파업으로 몰아넣은 건 우버(Uber)라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승객과 운전자를 실시간 연결해 주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인 승용차 소유자들이 사실상 택시 역할을 하자, 택시 기사들이 "불법 영업"이라며 집단 반발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만 우버 개인 운전자가 1만명에 이른다. 프랑스 택시회사 G7의 세르주 메츠 사장은 "프랑스에서 정식 택시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24만유로(약 3억3000만원)가 드는데, 우버는 스마트폰에 앱을 까는 것으로 면허증을 받는 셈"이라고 했다. 파리에서 15년째 택시 운전을 해 온 카데 디에루리(44)씨는 "우버 서비스가 시작된 후 수입이 40%나 줄었다"며 "우버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명물 ‘블랙캡’ 택시가 11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트래펄가광장으로 이어지는 ‘몰’가(街)를 차량으로 막고 있다. 스마트폰 차량 중개 서비스 ‘우버(Uber)’에 항의하는 파업 시위다. 이들은 “런던 교통국이 우버에도 택시 수준의 운행 관련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우버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항의했다. 현재 런던에서 영업 중인 우버 차량은 3000대로 추산된다.

택시 기사들이 강력 반발하는 것은 우버의 파괴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11일 유럽 전역 택시 기사의 파업으로 우버 서비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평소보다 하루 가입자 수가 8배 이상 폭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파업 탓에 우버를 더 주목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버가 강력한 경쟁자로서 전통 택시 산업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지금은 도시마다 전체 택시의 수가 제한돼 있고, 요금도 정부나 시(市)가 결정한다. 하지만 우버를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다. 경쟁으로 인해 요금도 내려간다. 파리는 1950년대 이후 택시 수를 1만6000대 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심 이외에선 택시를 이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까운 곳의 빈 차량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또 파리의 일반택시는 기본요금 2.5유로(약 3440원)에 시간과 운행 구역에 따라 주행거리 1㎞당 1~1.5유로(약 1380~2000원)이다. 반면 도요타의 프리우스급(級) 모델이 제공되는 우버의 '팝서비스'는 기본요금 1유로(약 1380원)에 1㎞당 1.3유로(약 1790원)이다. 또 우버는 수시로 '50% 할인' 같은 행사도 진행한다. 우버의 트레비스 캐러닉 최고경영자(CEO)는 "우버로 인해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한 달에 2만개나 된다"며 "고객에게 운전기사의 얼굴 사진을 제공하고, 승객과 운전사에 보험 혜택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비판적 의견도 있다. AP통신은 "우버는 운전자 재교육과 전과 조회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버의 합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국가와 도시마다 엇갈린다. 벨기에 법원은 우버 서비스에 대해 "허가받지 않은 택시 영업"이라며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반면 미국 시카고 시의회는 "시민에게 편리한 교통편이 될 수 있다"며 합법으로 인정했다. 파리와 베를린 등은 우버가 불법인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수수료를 받는 우버의 행위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우버 한국지사는 "우버는 직접 기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승객과 운전자를 단순히 연결만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