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에어컨이 점차 경쟁자에 여름철 대표 가전(家電) 지위를 내주고 있다. 여름 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제품은 제습기와 공기순환기, 냉풍기 '삼총사'다.
대표 주자는 에어컨과 경쟁하는 제습기다. 올해 국내 제습기 시장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커진 1조원대, 가구당 예상 보급률도 23%로 네 집 중 한 집은 제습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전만 해도 낯선 가전이었던 제습기가 가정 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제습기(除濕器)는 말 그대로 습기를 잡아주는 기기다. 공기 중의 습기를 잡아 축축함을 없애고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에어컨도 제습 기능이 있지만 제습기는 집 안 곳곳에 이동시킬 수 있는 데다, 전력 소모량도 에어컨보다 적어 인기가 높다. 위닉스 강훈희 기획본부장은 "습기를 잡아주는 대신 더운 바람을 내보내기 때문에 선풍기와 같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에어컨은 한철 가전이지만, 제습기는 빨래를 빠르게 건조하는 용도로도 곧잘 쓰이기 때문에 사계절 사용할 수 있다. 공기 청정 기능까지 더해진 제품도 많다. 제습기는 용량과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30만~40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중견기업 위닉스가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가 20%, 삼성전자가 10% 수준이다.
선풍기의 떠오르는 경쟁자는 공기순환기와 냉풍기다. 공기순환기는 겉모습은 선풍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원리는 전혀 다르다. 선풍기는 1~2m 앞에 앉아서 직접 바람을 맞아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지만, 공기순환기는 공기역학 기술을 바탕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15~30m가량 공기를 내보낸다. 이 공기가 천장과 벽을 타고 내려와 실내 전체로 퍼지면서 공기를 순환,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주는 원리다. 역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에어컨·히터 등과 함께 사용하면 냉·온기를 먼 곳까지 이동시켜줘 효율적이다. 업체들은 "실내 전체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냉방 설정온도를 2~3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공기순환기는 '보네이도' '발뮤다' '헌터' 등 외국계 유명 브랜드들을 필두로 국내에도 점차 보급되고 있다. 신일산업·보국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제품을 출시했다. 작은 팬(fan)처럼 생긴 제품이 일반적이고 길쭉하게 세울 수 있는 타워형 제품도 있다. 브랜드와 공기 이동 거리에 따라 7~8만원대에서 30만~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냉풍기(冷風器)는 이름 그대로 찬 바람을 내뿜는 기기다. 물에 젖은 수건을 선풍기 앞에 두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기화냉각(氣化冷却)' 원리를 이용했다. 제품 내부의 물탱크에 물이나 얼음을 채워넣고 작동시키면, 물이 열과 함께 증발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온다. 5~6리터(L) 용량의 물탱크를 한 번 채우면 하루 3~4시간 이용했을 때 일주일 정도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현재 대웅모닝컴·한일전기 등 국내 중소업체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