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2006)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뒤 4년 뒤 액션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 영화 '아저씨'(2010)로 영화계에 안착한 이정범(43)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놨다. 장동건·김민희 주연 '우는 남자'다.
'아저씨'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는 드물게 6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주연을 맡은 원빈이 적과의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자르는 모습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패러디됐고, 지금도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하는 장면이다.
이를 넘어 '아저씨'는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식의 액션을 선보이며, 한국 액션영화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린 관객은 그가 또 어떤 액션을 보여줄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이정범 감독 역시 다시 한 번 액션을 택했다.
이 감독은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아저씨'가 워낙 큰 성공을 거둬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부담을 "결과적으로 좋은 부담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저씨'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총과 칼을 두루 활용한 액션을 보여줬다면, '우는 남자'는 주로 총을 활용한다. 총이 등장하는 액션의 양, 총의 종류, 총이 내는 소리 모두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
이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총기 사용이 불법이다 보니 외국에서 건너온 킬러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킬러 '곤'(장동건)을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킬러들은 모두 외국에서 건너온 이들이다.
자신이 내놓은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이 액션영화인 이정범 감독이지만 '우는 남자'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킬러가 나오는 액션영화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액션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 갈등이 있고, 부침이 있는 남자의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우는 남자'를 킬러가 자신이 실수로 죽인 이에게 "사죄하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곤'은 목숨을 건다. 그는 여기에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삶의 극적인 변화는 어떤 사건 하나 어떤 감정 하나로 일어나는 게 아니죠. 최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삶에 대한 후회 같은 것이죠. '차오즈'(브라이언 티)와의 우정이 담긴 것은 그래서입니다."
이정범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 장동건(42)에게 주인공 '곤'을 맡겼다. 그는 "영화 기획 단계부터 '곤'역에 장동건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젊음의 정점에 있는 배우가 아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아는 배우, 아이가 있는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선이 굵으면서도 유약한 이미지를 가진 장동건이 적당해 보였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곤'이 변하게 되는 계기는 한 아이의 죽음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장동건은 이제 불혹을 넘은 나이가 됐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감독은 '곤'과 함께 '우는 남자'의 또 다른 주인공 '모경'역의 김민희(3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영화 '화차'에서 김민희의 연기를 보고, '모경'의 감정을 잘 표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모경'은 남편과 딸을 잃은 여자다. 감정의 굴곡이 심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 이 감독은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몇몇 장면을 촬영하면서 여러 번 재촬영을 요구했다"며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우는 남자'는 6월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