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軍部)는 서방에서 '훈타(junta)'로 불린다. 원래는 스페인에서 '모임', '위원회'를 뜻하던 단어인데 왜 지금은 군사 정부를 의미하게 됐을까.
junta가 영미권에 널리 알려지게 된 건 나폴레옹 때문이다. 1808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하자, 각 지역 주민들은 '훈타스 프로빈시알레스(지역 위원회)'를 결성해 대항했다. 중앙 조직인 '훈타 슈프레마 센트랄(최고 중앙 위원회)'은 자국 왕실의 대리자를 자처하며 행정과 입법을 겸무하고 외세에 저항했다. 자연히 훈타에 '정치·군사적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뜻이 더해졌다.
스페인 식민 지배를 받은 남미도 '훈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첫 번째 독립 정부를 '프리메라 훈타(제헌 회의)'라고 불렀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중남미에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가 스스로를 '훈타'로 칭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현재와 같은 뜻으로 굳어졌다.
영미권이 '쿠데타(프랑스어 coup d'Etat를 차용)'나 '훈타' 등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 건 영국 특유의 정치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은 프랑스 등 주변 국가들에 비해 급작스러운 체제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왕조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소수가 무력을 사용해 기존 권력에 도전하는' 쿠데타나 훈타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