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등 구(舊)소련 국가에서는 페트로 포르셴코와 같이 막대한 부(富)를 쌓아올린 자국 신흥 재벌들을 가리켜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소리나는 대로 'oligarch'로 표기한다. 올리가르히는 소수자에 의한 정치, 즉 '과두(寡頭)정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λιγαρχ�α)'를 러시아식 표기로 바꾼 것이다. 현실 정치인이 아닌 사업가들에게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뭘까.

이는 소련 해체 이후 불어닥친 민영화 조치와 관련이 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등 구소련 국가들은 석유·가스 등 주요 국영 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가는 정경유착이나 탈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러시아 신문들은 신흥 재벌들의 독과점 행태가 과두정치와 비슷하다며 이들을 '올리가르히'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올리가르히들은 러시아 정부와 긴장 관계에 놓였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첫해인 2000년 크렘린궁으로 신흥 재벌들을 초청해 "세금을 내고 법을 준수하고 정치와 거리를 둔다면 사업권을 보장해주겠다"며 '올리가르히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올리가르히는 '부패 집단'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많이 퇴색해, '재벌'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