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화두는 EBS다. 정부에서 수능을 EBS 교재와 70% 이상 연계해 출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EBS는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됐다. 그러나 '반영 출제'가 아니라 '연계(連繫) 출제'라는 점을 분명히 기억하자. 'EBS 교재를 다 보면 70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단순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EBS 교재를 맹신하다가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국어 과목에서 수능과 연계된 EBS 교재는 △수능특강 △인터넷수능(문학편·비문학편) △고득점 N제 △수능완성 등 4종류·5권이다. 제시문의 수는 약 320개, 문항은 1150여개가 담겼다. 지문과 문항 수가 많으니 '이 교재를 다 공부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 공부하는 편이 좋다. 단 효과적인 공부법은 있다.
지난해 수능과 EBS 교재가 어떻게 연계됐는지를 살펴보면 실마리가 잡힌다. 2014학년도 수능 국어 비문학 제시문 가운데 EBS 교재와 똑같은 건 없었다. EBS 교재 속 지문의 화제를 따서 다른 방향으로 서술하거나, 지문의 한 부분을 자세히 풀어써서 새로운 지문을 구성하는 식으로 출제됐다. 그러므로 EBS 교재 비문학 부분은 지문을 암기하고 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기보다 제시문에 나온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만약 국어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면 EBS 비문학 제재는 문제 풀이는 생략하고 지문만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음은 문학. 지난해 수능 국어 B형의 경우 고전소설은 '옥루몽'의 마지막 부분이 출제됐다. EBS 교재에서는 '옥루몽'의 중간 부분이 지문으로 제시됐다. 직접 연계는 아니었던 셈이다. EBS 교재에 실린 현대소설이나 고전소설의 줄거리·주제·인물관계 정도는 정리해 두는 게 좋겠다. 현대시나 고전시가는 EBS 교재에 실린 작품이 그대로 출제될 수밖에 없다. 먼저 스스로 읽고 그 작품에 대해 정리해둬야 한다. 아는 작품이 수능에 나오면 안정감도 얻고 문학 부분을 푸는 시간도 줄어든다. 까다로운 비문학에 할애할 시간도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화법, 작문, 문법 부분을 살펴보자. 화법과 작문은 최근 기출 문제를 정확히 분석해 출제의도와 유형을 익히고, 연습문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EBS 교재를 공부해야 한다. 문법 역시 교과서나 수업을 통해 기본 지식을 정확하게 익히고 EBS 교재로 복습하자. 기본 지식 없이 EBS 교재만 공부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EBS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수능에 나온 이청준의 '소문의 벽'(현대소설)이나 조지훈의 '파초우'(현대시)는 EBS 교재에 없는 작품이었다. 비문학이든 문학이든 국어의 본령은 지문 이해력이다. 수능 국어는 EBS 교재를 잘 암기했느냐를 묻는 시험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이해했는가를 묻는 시험임을 잊지 말자.
입력 2014.05.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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