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을 앞두고, 일본과 미국의 IT 거물인 소프트뱅크와 야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34.4%)인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가 상장에서 예상대로 흥행에 성공할 경우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지분 22.6%를 가진 야후의 경우 사정이 좀 복잡하다.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후 야후가 보유 지분의 40%를 팔면 자금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동안 지분 보유로 누렸던 기대 효과는 잃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 "손정의 회장, 아시아의 워런 버핏"…580억달러 대박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이번 IPO를 통해 200억달러(약 20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알리바바의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34.4%(7억9770만주)를 갖고 있어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22.6%(5억2360만주)를 보유한 야후, 3대 주주는 8.9%(2억610만주)를 가진 잭 마(49) 최고경영자(CEO)다.
알리바바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56)은 580억달러를 벌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워런 버핏 같은 투자 방식으로 큰 돈을 벌게 됐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처음 투자한 것은 14년 전인 2000년. 당시 알리바바는 해외 물품을 중국에 들여오는 무명의 포털 사이트였다. 손 회장은 여기에 2000만달러(약 204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1680억달러(약 171조8000억원). 이번 IPO에 성공할 경우 손 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현금은 58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알리바바가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사 한 명을 선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 회장의 동의 없이 이사를 마음대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
최근 손 회장은 세계적인 통신 기업들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통신 기업 부상을 꿈꾸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스프린트를 인수했고, T모바일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유럽지역 무선통신기업 인수를 준비 중이고, 앞서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벤디를 86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크로스퍼시픽캐피탈의 그렉 타르 매니저는 "(손 회장은) 아시아의 워렌 버핏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회수 규모인데 트위터나 알리바바는 500배의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현재 1300개 IT 기업에 투자한 상태다. 이 기업들에는 야후, 징가, 팜빌, 마피아워스 등이 포함됐다.
◆ 야후, 알리바바 덕에 주가 상승…독자 생존 가능할까
야후는 지난 2005년 100만달러(약 10억원)를 투자해 알리바바 지분 40%를 매입했다. 이후 2012년 일부를 팔아 현재 지분 22.6%를 갖고 있다.
알리바바가 이번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야후는 IPO 이후 보유 지분 40%를 매각해야 한다. 야후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프리브코의 매튜 털립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를 1950억달러(약 199조원)로 추산했다. 이 경우 야후는 440억달러(약 45조원)를 갖게 된다. "이는 야후의 현재 기업가치인 330억달러(약 33조70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라고 털립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하지만 야후의 알리바바 지분 매각은 야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알리바바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점이 야후에 대한 기대를 높여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리사 메이어(39)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2012년 야후 CEO로 역임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것의 상당 부분이 알리바바 지분을 보유한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야후의 핵심 사업 부분이 야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까지 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전날 뉴욕 증시에서 야후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야후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40% 올랐다.
따라서 야후가 알리바바 IPO 이후 지분을 팔아야 할 상황이라면 야후는 독자 생존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WP는 전했다. 최근 야후는 뉴스 사업부를 강화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야후는 지난해에만 22개 기업을 인수해 11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구글과 페이스북보다 많은 수다. 메이어 CEO는 부임 이후 총 37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