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핀란드 게임업체 로비오

매년 10월 13일은 핀란드의 ‘실패의 날(Day for Failure)’이다. 자신의 실패 경험을 자랑하고, 타인의 실패를 축하해 주는 날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실패를 포용해주는 날을 제정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도 실패를 딛고 탄생한 히트작.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로비오가 앞선 51번의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앵그리버드는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서구 나라들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아 CNBC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로스트앤설리번의 데이비드 프리그스타드 회장은 “일본과 중국의 기업문화에선 실패를 축하할 만한 일로 받아들이지 못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새로운 도전이 생기고 성공하는 기업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을 묻곤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 들이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그스타드 회장에 따르면 성공은 곧 실패가 맺은 열매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를 들어 실패와 성공을 설명했다.

연쇄 창업가는 벤처기업을 세워 성공하고 나서 상장·매각 등을 통해 돈을 벌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또다시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기업가를 뜻한다.

프리그스타드 회장은 “이 단어의 진짜 뜻은 ‘나는 매우 많이 실패했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쇄 창업가를 정의했다.

기업 컨설팅업체 야누스코퍼레이트솔루션의 재클린 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시아에서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인은 실패를 약점으로 여기며, 체면을 중시하고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심리를 갖고 있다”며 “기업가에게 부당할 정도로 큰 기대를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가들은 멸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실패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업체 웰스엑스의 제이 자베리 아시아 담당 대표도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파산 선고가 사업의 최종 실패로 인식된다”며 “실패에 대한 공포는 위험 회피 성향과 결합해 결국 기업가가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 아시아 기업가들이 서구권에서 먼저 창업 경험을 쌓는 것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해외에서 먼저 창업해서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경험과 자신감을 얻고 나서 본국으로 돌아와 재창업하라는 설명이다.

중국 SNS업체 런런의 조셉 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기술박람회에서 “SNS 기업이라면 미국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업체로 커가는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핀란드의 ‘실패의 날’도 실패를 긍정으로 받아 들이는 문화를 확산시킨 좋은 예로 꼽았다.

실패의 날은 핀란드 알토대의 알토스(AaltoES)라는 모임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퍼트리기 위해 만들었다. 알토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벤처정신을 보고 자극받은 알토대 학생들이 핀란드에 기업가 정신과 도전문화를 심겠다는 목표로 2009년 만든 모임이다.

이듬해에는 요르마 올릴라 노키아 명예회장 등 유명 기업가들이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고, 핀란드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는 국가적인 행사가 됐으며, 2012년에는 17개 나라가 동참하고 있다.

실패의 날 공식 웹사이트(dayforfailure.com)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패 경험을 공유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