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6825t)와 비슷한 구조의 청해진해운 소유 오하마나호(6322t)의 안전 장비를 점검한 결과 구명벌(救命筏·liferaft)과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오하마나호는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된 여객선으로 세월호와 크기, 구조가 비슷해 '쌍둥이 여객선'으로 불린다. 이 배는 1989년 일본에서 건조돼 운항되다가 수입돼 2003년 3월 국내에서 취항했다. 이 배 역시 세월호처럼 수입된 뒤 구조가 변경돼 여객 정원, 컨테이너 적재 한도 등이 크게 늘어났다.

세월호와 닮은꼴 여객선인 오하마나호 선내 모습

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24일 인천 연안부두에 정박해 있는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한 결과 구명벌 40개가 작동하지 않았고, 탈출용 미끄럼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경이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한 것은 침몰한 세월호 선체와 안전 장비를 직접 조사할 수 없어, 닮은꼴인 오하마나호를 조사해 사고 원인을 밝힐 단서를 찾겠다는 의미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두 배의 소속 회사·항로가 같고 규모가 유사하기 때문에 관리 상태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항에 정박 중인 오하마나호 내부를 둘러본 결과, 선실이 많은 3, 5층 구조는 세월호와 흡사했다. 특히 사고 전날 승객들이 촬영했던 세월호 라운지와 오하마나호 라운지는 판박이였다.

선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로 같은 좁은 복도였다. 선미(船尾) 부분 배 오른쪽 객실과 배 왼쪽 객실 사이 복도는 폭 1m 정도였다(왼쪽 위 사진). 객실마다 비상 탈출로와 내부 구조도가 붙어있었지만, 승무원 안내 없이 독자적으로 출구를 찾아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좁고 미로 같은 복도는 세월호 선체 수색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원래 사람 키보다 높은 복도는 배가 90도로 기울어지면서 1.2m 높이(원래 복도 폭)로 바뀌었다.

수색 요원들은 이곳을 기거나 엎드려 전진해야 한다. 전선·이불·캐비닛 등 각종 부유물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 복도 끝 선미에 있는 다인실(多人室)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매일 30구 이상 시신을 수습하던 수색 속도가 뚝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는 현재 배 오른쪽이 하늘을 향하고 배 왼쪽이 해저에 닿은 상태. 수색 요원들은 배 오른쪽 모든 객실의 창문을 깨고 진입, 시신 150여구를 수습했다. 그곳을 통과해 배 오른쪽 객실과 왼쪽 객실 사이 공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수색 요원들은 장애물로 가득한 좁은 통로를 만난 것이다.

해저에 닿아 있는 왼쪽 객실은 더 큰 문제다. 이곳에는 다수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복도에 면한 출입구는 장애물로 막힌 상태고 창문은 바닥에 닿아 들어갈 수가 없다. 전체적으론 111개 객실 중 35개 객실만 수색을 완료한 상태다.

오하마나호의 5층 선미 쪽엔 침대가 없는 큰 객실들이 있다는 점도 세월호와 같았다(오른쪽 위 사진). 세월호의 경우 이곳에 희생자가 대거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오하마나호의 대형 선실은 20평 안팎 넓이였다.

구난 전문가들은 "면적이 비슷한 세월호 대형 선실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탈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가 기울 때 대형 선실의 한쪽으로 굴러 떨어지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고, 출입구와의 거리도 10m 정도나 돼 기울어진 상태에서는 문을 열고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하마나호의 뱃머리 쪽은 세월호와 같은 2층 침대 객실이었다. 이 방들은 성인 남성 1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넓이의 중앙 복도 좌우로 배치돼 있었다. 객실마다 비치된 옷장·침대 등이 뒤엉켰을 경우 방 안에 있는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軍) 고위 관계자는 "잠수사들이 미리 구한 세월호 설계도를 보고 수색에 들어갔는데, 배가 어찌나 많이 고쳐졌는지 설계도대로 돼 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설계도 상 문이 있어야 하는 곳에 문이 없고 엉뚱한 곳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