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속이지 맙시다. 세상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미안할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남에게 미안할 일도 하지 않게 됩니다. 세월호 사고가 너무도 끔찍해 TV를 껐습니다. 이 사고 역시 크게 보면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살지 못하고 사회가 도덕적 기반이 허술해 벌어진 일이란 생각입니다."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志安·67) 스님이 펴낸 수필집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불광출판사·사진)는 지구는 '온난화'되지만 마음은 '한랭화'되어가는 세상에 보내온 위로 편지 같다. 1970년 통도사에서 벽안(碧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지안 스님은 40년 넘게 경전 공부와 교육에만 전념해왔다.통도사 강주(講主)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스님들이 치르는 각종 시험을 총괄하는 고시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15년째 살고 있는 통도사 반야암에 쌓인 책만 1만5000권이다. 요즘도 전국 사찰과 단체로 '아르바이트'(강의와 법문) 다니느라 바쁜 그에게 '수필'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는 "나에게 경전 공부가 혼자 하는 참선수행 같은 것이라면 수필은 대중과의 소통 통로"라고 했다.
스님은 책에서 나무 심기와 난초 가꾸기 등 식물에 비유해 마음공부를 권한다. 그는 나무를 심고 해마다 눈에 띄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환희를 느끼고 난초나 분재를 바라보면서 경전을 읽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을 느낀다고 했다. 물아일여(物我一如)인 셈이다. 그는 또 공경하는 마음(敬田), 은혜를 베풀거나 갚는 마음(恩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연민의 마음(悲田) 등 3개의 마음밭(心田)을 잘 가꾸라고 권한다. 분노로 속을 다친 이에겐 '늦박' 이야기를 건넨다. 늦게 열린 늦박은 껍질이 단단하지 못해 말리면 쭈그러들지만 진흙에 파묻어 두면 속이 썩으면서 껍질을 단단하게 만든다. 스님은 "속이 썩은 늦박의 껍질이 단단해지듯 속을 썩이며 살면 세상살이에 강해져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힘과 관용력, 포용력이 생긴다"고 했다.
스님은 현대인들에게 "'선근(善根)' 즉 착한 의지를 기르자"고 했다. "우리는 모두가 인연의 빚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남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서 남이 나에게 최선을 다해줄 때 감동받곤 하지요. 얼마나 이기적입니까. 마음을 챙기고 잘 돌보면 좋은 뜻이 샘물처럼 솟아나고 흐르게 됩니다. 그렇게 선근을 키우고 도덕지수를 높이면 그만큼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