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노제를 마친 희생학생의 운구차량이 교직원과 학생들의 슬픔속에 학교를 떠나고 있다. 2014.4.22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손모(48·여)씨는 대화 도중에도 틈틈이 식당 한켠에 있는 TV를 통해 침몰한 세월호에서의 실종자 구조 상황을 확인했다.

그의 조카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함께 사고를 당했으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조카는 친구의 소식들 듣고 식사도 거른 채 울기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구조됐을 것으로 생각했던 조카가 친한 친구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있다"며 "지금 밥도 먹지 않은 채 아무도 만나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손씨는 "한집 걸러 한집 애들이 사고를 당했다"며 "지금 이 동네는 난리가 났다. 고잔동 전체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원고 학생과 부모들도 우리 가게 와서 외식을 하곤 했다"며 "그렇게 안면을 튼 부모가 진도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TV에서 봤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손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아이들이 한꺼번에..."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넋이 나가 있다"며 "눈만 뜨면 보였던 애들인데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22일 안산 단원고 앞 문구점에는 팔리지 않은 주전부리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여행 전 들러 부모님께 보낼 편지지를 고르던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던 문구점이었다.

7년째 문구점을 운영한 50대 여성은 "아이들이 배 위에서 폭죽놀이를 하며 추억을 만들 생각에 들떠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장사하면서 아이들을 몇 년째 봐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그는 "이 주변에 사는 아이들 중 돌아온 아이들은 없다"며 "처음에는 선장 때문에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났지만 이제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만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 자식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아이가 아니냐"며 "온 동네가 슬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처음에 대피하라고만 했어도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겠냐"며 "말 잘듣는 착한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울먹였다.

경기 안산 고잔역에서 안산고대병원을 지나 단원고로 향하는 길에는 지역단체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 News1

학교로 가는 길에는 안산의 지역 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학교 앞은 침묵이 흘렀다. 이따금 부는 바람과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정적을 깨고 지나갔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말을 아끼거나 소리를 죽여 말했다. 철 모르는 아이들만이 초등학교 운동장을 누비고 있었다.

22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정문에 지역주민들이 세월호 침몰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남긴 국화가 놓여 있다. © News1

단원고 정문에는 주민들이 남긴 노란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얘들아 빨리 와야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참고 금방 돌아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언니 오빠들 잘 있지? 빨리 돌아와'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밤새 교문을 밝혔을 초들은 모두 타버려 꺼진 채로 녹아 있었다. 조문객들이 남기고 간 국화꽃이 풍기는 향기는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학교 옆 교회에 다니는 70대 여성은 검은 옷을 입은 채 학교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학교에서 노제를 지낸 한 학생의 운구차량이 교문 밖으로 나왔다. 70대 여성은 이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눈물을 닦아내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우리 교회에 다니던 학생들도 6명이나 세월호에 올랐다"며 "1명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교회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권사님 아들도 지금 물 속에 있다고 들었다"며 "정말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선장 XX 때문에 우리 꽃봉오리들이 아직 피어보지도 못하고 지고 말았다"며 "나쁜 어른들 때문에 죄없는 아이들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이렇게 모두가 슬퍼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악성 댓글을 달 수가 있냐"며 "학부모들은 지금 극도로 예민해 있는데 민간잠수부도 아닌 홍씨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서 학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2일 경기 안산시 중앙동 번화가© News1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 번화가는 조용했다.

안산시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안모(52)씨는 "제 부인 친구의 딸도 이번에 사고를 당했다"며 "누구의 자식, 조카, 손자가 사고를 당했을지 몰라 저도 승객도 서로 사고에 대해서 말하기를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사고 얘기를 꺼내는 승객들도 정부나 해경에 대해 분통을 터뜨릴 뿐 아이들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차피 사고가 나도 사람들은 반짝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지 않냐"며 "죽은 사람들과 학생들만 불쌍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인 21일 오후 경기 안산 중앙동 번화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4.4.21

텅빈 음식점에 앉아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 특보를 보던 최모(58·여)씨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고 싶겠냐"며 "와서 밥먹는 사람들도 전부 세월호 사고 얘기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장사는 하고 있지만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앙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강모(61)씨는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 30%는 줄어들었지 않나 싶다"며 "돌아다니는 사람들 얼굴도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