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싱가포르 '뉴워터(NEWater) 방문객 센터'. 화장실 오수(汚水)까지도 마실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로 바꿔낸다는 이른바 '물 재생 공장'인 이곳에서 안내를 맡은 프리실라 여(Yeoh)씨는 "싱가포르에서는 물을 만든다"고 했다. 공장 안에는 각종 생활 오수를 깨끗한 물로 여과하는 거대한 파이프들이 빽빽했다.

◇150년 만의 가뭄에도 끄떡없어

싱가포르가 '물 강국'으로 성장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물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605㎢)보다 조금 큰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수(水)자원이 부족한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된다. 강수량(연 2400㎜)은 많지만 물 수요를 충당할 넓은 저수지나 큰 강이 없는 까닭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지만, 말레이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았다. 물 전문가인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응원쩐 교수는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물'을 국방에 준하는 전략적 분야로 육성했다"며 "싱가포르인에게 물은 곧 생명"이라고 했다. 물을 수입하는 것 외에 싱가포르는 △오수를 재생하는 기술을 키우고 △바닷물을 담수화하며 △빗물 한 방울도 모아 집수장으로 보내는 전략을 썼다. 현재 싱가포르는 물이 풍족해 보일 정도다. 기자가 현지를 방문한 이달 중순, 싱가포르는 두 달 가까이 비가 거의 오지 않아 1869년 이래 약 1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싱가포르 물 수요의 10%를 충당하는 '마리나 저수지'엔 물이 가득했다. 2008년 마리나 해협을 350m에 이르는 인공 제방으로 막고 해수를 담수화해 만든 저수지다. 집집마다 수돗물도 콸콸 나오고, 그대로 마시는 경우도 많았다. 한 가정집에서 만난 싱가포르인 후셩 장(40)씨는 "싱가포르는 정수 기술이 좋아, 17개월 된 딸에게도 수돗물을 그냥 준다"고 말했다.

◇'블루 골드'를 잡아라

앨빈 토플러 같은 글로벌 석학들은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며 물 산업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물 산업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단계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21일 '세계 물의 날'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의 수자원공사(PUB)처럼 물 산업을 통합 관리하는 부처가 없고, 물 관련 기업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2015년 세계 물포럼 대회가 열릴 예정인 대구에 물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세계 물포럼 대회는 전 세계 물 관계자 3만여명이 집결해 '물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김병곤 대구시 환경정책과장은 "세계 물포럼을 일회성 행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구시에 물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국내 물 산업을 이끄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