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겠다며 반일(半日) 연차휴가를 신청한 뒤 관내 기업 간부와 골프를 친 세무공무원에 대해 감봉 처분을 내린 것을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일부 공무원 사회에서 당연시되던 ‘오후 반가(오후 2~6시)는 점심시간부터 시작’이라는 그릇된 관행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히 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는(부장 김경란)은 서울 강동세무서 5급 공무원을 지낸 임모(60)씨가 “감봉 2개월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임씨는 지난 2012년 7월 건강검진을 이유로 반가를 낸 뒤 오후 2시 출발 규정을 어기고 점심시간 무렵인 오전 11시 50분쯤 사무실을 나왔다. 이후 강동세무서 관할의 H기업 소유 벤츠 차량을 타고 강원 횡성군 골프장으로 이동해 이 회사 간부 등 3명과 골프를 쳤다. 골프비 56만원 중 임씨가 내야 할 14만원은 다른 사업가가 대신 납부했다.
국세청 감찰에 적발된 임씨는 2012년 10월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청렴의무 위반(골프 향응 수수)과 품위유지의무 위반(근무지 조기 이탈)으로 감봉 2개월과 향응 수수액의 2배 징계부가금 처분을 받았다.
임씨는 “골프를 친 사람들은 10년 이상 운동을 함께한 친구들로,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임씨가 관내 법인들로부터 법인세 징수를 담당하는 과장으로 근무한 사실 등을 근거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세무 행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임씨는 “공무원들이 반가를 내는 경우 점심시간부터 퇴근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근무지 이탈로 처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관행보다 규정이 앞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가 시간 미준수가 관행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관행이라 해도 규정 위반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