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합에 따라 북한에 대한 대대적 관광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한반도는 더 이상 '최후의 분단 국가'가 아닌, '평화와 관광의 상징'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더 이상 '동토(凍土)의 나라'가 아니라 '동북아 관광의 허브'로 변신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 관광객 연 1280만명 몰릴 듯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일 이후 10년쯤 지나면 한반도를 찾는 관광객이 3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북한이 미개발 지역이 많아 생태 체험형 관광의 최적지가 될 수 있고, 남한·중국·러시아·일본·몽골 등 주변국과의 연계 관광지로 뜰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국제사회에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폐쇄 국가라는 점에서 통일 이후 관광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처럼 고립 노선을 택했던 쿠바도 1990년 관광 진흥 정책을 쓰기 시작한 이후 75만달러에 불과했던 관광 수입이 1999년에는 17억8000만달러로 무려 2300배가 증가, 쿠바 제1의 외화 수입원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금강산은 원산·설악산과 연계한 동해안 관광 벨트로, 해주와 개성은 인천·강화와 연계해 서해안 벨트로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의주는 중국 단둥, 백두산은 동북 3성, 나진·선봉은 러시아 연해주 및 아무르강 생태관광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나진과 원산에는 일본 니가타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이 정박함으로써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관광 상품과 연계될 수 있다.
중국 관광객도 대거 유치할 수 있다. 2024년엔 2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해외 관광객 중 적잖은 수를 남북 연계 관광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작년 428만명에서 2024년 1285만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운둔의 나라'를 궁금해하던 미국, 유럽 등 서구인들의 여행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60만명 고용 유발 효과도
남한 관광객의 북한 방문으로 인한 경기 활성화 및 관광 수지 적자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분석됐다.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내국인 해외 관광객은 1383만명인데, 통일로 인해 출입·체류·신변 안전 등의 문제가 모두 해소되면 이 중 최소 30%(415만명) 정도는 외국 대신 북한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1인당 1188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53억4600만달러의 관광 수지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작년 관광 수지는 32억5800만달러 적자였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20억달러 이상 남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한반도 관광객 3600만 시대가 올 경우 남한에 47만5500여명, 북한에 12만1908명 등 총 60만명에 가까운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광 산업의 GDP 기여 효과도 북한은 11.8%, 남한은 1.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DMZ는 한반도의 옐로스톤
한반도 전체 면적의 0.41%(907㎢)를 차지하는 DMZ는 생물 다양성과 희귀 동식물 보존 등 그 생태적 가치로 인해 '한반도의 옐로스톤(미국 최대 국립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도 과거 동·서독 접경지를 따라 '그뤼네스 반트'를 조성,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DMZ는 통일 이후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면서 각종 국제 회의를 유치하는 'MICE산업'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이벤트·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통틀어 말하는 대규모 관광 서비스 산업으로 일반 관광보다 부가가치가 1.63배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의 관광자원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북한의 숙박시설은 1만1500여실 정도이고 그중 외국인 전용 호텔은 5000여실에 불과하다. 북한의 주요 관광지 8곳에 금강산 관광 지구와 같은 레저단지를 건설할 경우 1곳당 5억달러씩 총 40억달러 정도의 투자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광산업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원가 부담이 낮고 수익률이 높아 한반도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