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나 축제, 체험활동시간에 후배들과 늘 같이 해요. 1학년 후배들과 한 반이 된 것처럼 합동 수업을 하니까 친구들끼리 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1학년 선생님들을 뵐 기회도 많아서 좋고요. (2학년 배영주)"

최근 찾은 보평초등학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동장. 체육 수업을 맞아 1학년생과 2학년생이 운동장을 나란히 같이 쓰고 있었다. 마치 친형제처럼 서로 가까운 모습이었다.

보평초는 전 학년을 2개 학년씩 나눠 학년을 운영한다.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학년군을 만들어 주로 체험활동이나 특기적성 교육 위주로 학년군이 함께 수업한다. 마치 한 학교 안에 3개의 작은 학교를 따로 두는 셈이다. 각각 학교 이름이 있고(보평초의 경우 1~2학년군은 배움스쿨, 3~4학년은 나눔스쿨, 5~6학년은 보람스쿨), 교장 역할을 맡은 스쿨장도 있다. 보평초 서길원 교장은 "2009년 9월 성남시에 개교하면서 판교신도시로 이사 온 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전교생수가 평균 학교와 비교하면 3배 가량 많아졌다"며 "대규모 공립학교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가 '큰 학교를 작은 학교 여럿으로 묶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평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을 2개 학년씩, 3개의 작은 학교로 나눠 교과를 진행하고 있다.

스몰스쿨, 폐쇄적 교실 문화 허물어

초등학교 6개 학년을 두 학년씩 묶어 세 그룹의 작은 학교로 운영하는 일명 '스몰스쿨'은 도심형 거대학교가 가진 교무업무 중심의 비효율적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보딩스쿨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활발하게 적용된 제도다. 국내에서는 수원 중앙기독초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의 15곳에서 스몰스쿨을 활용하고 있다. 신도시 근처에 있는 학교 위주로 교내 학생수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다.

스몰스쿨을 운영하는 학교가 일반 학교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학년별로 회의를 통해 상부의 교감이나 교장 등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수업 프로그램 기획부터 예산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해당 학년군의 직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직접 부딪히거나 교사평가 등에서 상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교무행정 업무가 간소화됨에 따라 수업을 준비할 때 시간과 정성을 더 들일 수 있다. 해당 학년별로 선생님이 함께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웃 교사들끼리 친밀감도 생긴다. 1~2학년 스쿨장을 맡은 보평초 주은선 선생님은 "전체 회의가 아니라 해당 스쿨 선생님들만 모여서 스쿨 회의를 하고 연구수업도 함께하기 때문에 마치 여럿이 한 팀을 이룬 것 같다"며 "서로 '교실 안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고, 말하지 못했던 폐쇄적인 교실 문화도 허물어져 서로 묻고 배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주목

스몰스쿨의 장점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업은 물론, 고민까지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더라도 스몰스쿨에 해당하는 2년 동안은 곁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을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생기는 편차도 줄일 수 있다. 혁신학교로 선정되면서 2011년 3월부터 바른 스쿨(1~2학년), 슬기 스쿨(3~4학년), 튼튼 스쿨(5~6학년)로 나눠 스몰스쿨을 운영하는 인창초(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소재) 유광현 교감의 얘기다.

"1학년 때 지켜본 학생들을 2학년 때도 지도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해 좀 더 파악할 수 있고 친밀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교과 수업을 연합하는 게 아니라 교내 행사나 예체능 및 특기적성 활동만 같이하기 때문에 학년 차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만약, 1학년과 6학년을 같이 묶었다면 활동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저학년·중학년·고학년으로 크게 나눴기 때문에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지요."

운영 초창기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도 있다. 서길원 교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무의미하다"며 "선생님과 학교장이 과거의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