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기자] 영화 '친구2'는 전형적으로 전 편의 성공에 기댄 졸작이다. 장동건 유오성을 진정한 배우로 재탄생 시킨 '친구'는 개봉 그 해인 2001년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12년 뒤 '끝나지 않은 그날의 이야기'를 영화 카피로 내 건 '친구2'가 막을 올렸고 전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중이다. 왜?
'친구2'는 동수(장동건 분)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던 전편에 이어, 17년 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유오성)이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의 명작 '대부'가 '대부2'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의 재미와 작품성을 기대해봄직 한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을 품고 '친구2' 상영관을 찾았다가는 욕하고 나오는 십상이다. 시사회 후부터 악평에 쏟아졌고 영화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시원찮다. 전편의 줄거리에 억지로 갖다 붙인듯한 스토리부터가 극 몰입을 방해하는데다 빈약한 구성과 엉성한 연출도 눈에 거슬린다. '친구'와 '똥개'를 만든 바로 그 명장, 곽경택 감독의 영화가 진짜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또 곽 감독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 대사가 이번에는 독으로 작용했다. 요즘 시청자 사이에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맛깔지고 시의적절하게 사투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자막이 필요하다'는 촌평이 나올 정도로 어색하게 쓰였다.
이같은 상황에도 '친구2'는 요즘 비수기 극장가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다. 희한한 일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친구2'는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중이며 21일 현재 누적관객 190만명 돌파를 코앞에 뒀다.(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첫째는 역시 전편 '친구'에 대한 올드팬들의 향수와 추억을 들 수 있다. 중 장년층 남성들이 '친구2' 흥행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중 장년층은 SNS나 인터넷에 감상평이나 댓글, 영화평점을 잘 남기지 않는다. '친구 2'가 보고나면 '악' 소리가 나올 법한데도 별다른 저지없이 흥행하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 여기에 있지않을까 싶다.
둘째는 경쟁할만한 영화가 없어서 '친구2'의 독주를 가능케한 것으로 보인다. 로맨틱코미디 수작 '결혼전야' 등이 막을 올린 이번 주말이 '친구2' 롱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셋째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청춘스타 김우빈의 흥행력이다. 2주차에 드롭률이 크지 않고 20대 이상 여성 관객들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 됐는데, 여기에는 김우빈의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 가능하다. 드라마 '학교'에서 처럼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함과 강렬함을 드러내는 김우빈 연기는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다.
'대부'와 '대부2'의 진하고 끈끈한 연결고리에 감동받았던 영화팬이라면 '친구2'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영화보는 내내 '친구' 생각만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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