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옛 소련 연방국을 서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등이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자, 러시아가 무역 보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오는 28~29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EU·동유럽 파트너십 행사에서 EU와 FTA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EU는 지난 2009년 우크라이나·아르메니아·조지아 등 옛 소련에서 독립한 6개국과 'EU·동유럽 파트너십'이라는 정치·경제 협의체를 만들어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EU가 FTA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현재 복역 중인 율리아 티모셴코(53) 전 총리의 석방을 촉구해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티모셴코는 총리 재직 당시 직권 남용 혐의로 복역 중인데, EU는 이것이 정치 탄압이라고 보고 석방을 요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EU의 마찰이 빚어진 틈을 타 러시아는 강력한 견제에 나섰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의 철강 제품과 초콜릿 등에 무역 제재를 가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공급해온 천연가스 가격을 인상하거나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연방국들이 EU의 영향력 아래에 편입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특히 옛 연방국 가운데 인구·경제 규모에서 러시아 다음인 우크라이나는 절대로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2010년 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함께 '유라시아 관세 동맹'을 출범시키며 EU의 세력 확대에 맞불을 놓았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은 일찌감치 러시아의 손을 잡았다. 아르메니아는 애초 EU와 무역협정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관세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대신 EU와도 일정 거리를 두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