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고모는 산부인과 의사였다. 고모는 산둥성 시골에서 50년 동안 정부 '한 자녀 정책'에 따라 2000명 넘는 아기를 낙태시켰다. 배 속 아기를 지키려고 도망치는 엄마를 붙잡아 수술대에 눕혔다. 낙태가 무서워 강물에 뛰어든 임신부도 있었다. 모옌은 어릴 때부터 낙태당한 여인들의 통곡소리를 들었다. 그 비극을 훗날 소설 '개구리'에 담았다. 중국 산부인과에선 낙태되는 태아를 '의료 쓰레기'로 부른다고 한다.

▶중국 산부인과는 한 해 1600만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다. 아울러 1300만 어린 목숨이 낙태 수술로 스러지는 곳이다.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은 결혼한 한족(漢族) 부부에게 한 명의 아이만 허용한다. 대학생이나 미혼 직장인 커플, 뜻하지 않게 둘째를 가진 부부는 '출생 허가증'을 못 받아 낙태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시골 병원에서 몰래 아이를 낳아도 합법 호적을 얻으려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호적 없는 '헤이하이즈(黑孩子)'가 많다.

▶중국 산부인과에선 남자 아이 납치·매매도 벌어진다. 의사가 "아기가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부모를 속여 포기시킨 뒤 팔아넘기는 일이 잇따른다. 아기를 가진 미혼 커플이 어쩔 수 없이 낙태해야 하는 처지를 노려 수술비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흔하다. 중국 산부인과는 '한 자녀 정책'이 낳은 갖가지 부작용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현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0여 년 한 자녀 정책 덕분에 4억 인구 증가를 막았다고 주장한다. 17억~18억이 될 뻔한 인구를 13억대로 억제했다고 말한다. 이 수치는 곧 낙태 건수이기도 하다. 강제 낙태는 국제적 인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으로는 노령화로 생산 인구가 부족해진다는 걱정을 키웠다. 결국 중국은 열흘 전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을 일부 완화했다. 대도시 한족 부부 중 한쪽이 외둥이인 경우 자식을 둘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이 나오자 대도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둘째를 낳으려는 부모들의 예약 신청이 밀려들었다. 베이징 유명 산부인과는 내년 중순까지 예약이 찼다고 한다. 정부 연구소는 이번 두 자녀 일부 허용으로 한 해 신생아가 100만명 늘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1600만명씩 태어나는 중국에선 별 숫자가 아닐지 모르지만 한 해 신생아 48만명 선인 우리와 비교하면 엄청나다. 중국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잃는 통곡은 줄어들고 새 생명이 터뜨리는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