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구성될 차기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 정파 간에 권력 다툼이 불붙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최근 끝난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 기반 강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정(韓正) 상하이(上海) 당서기와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한 서기와 리 주임은 공산당의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들어갈 유력한 차기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8일 보도했다.
한 서기는 우선 시진핑식 경제·사회 개혁을 총지휘하기 위해 신설하는 '전면 심화 개혁 영도 소조'의 부조장을 맡을 전망이다. 또 내년 3월에는 국무원 부총리로 선출될 것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후임 상하이 서기에는 리 주임이 내정됐다고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말했다. 상하이 서기는 '최고 권력으로 가는 길목'으로 불리는 자리다. 시 주석의 측근인 왕후닝(王滬寧) 정치국원 역시 신설된 국가안전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할 국가안전사무판공실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은 출신과 지역 등에 따라 3개 정파로 분화해 권력 경쟁을 펼친다. 혁명 원로 자제들이 모인 태자당(太子黨), 상하이 출신 인사들의 세력인 상하이방(上海幇), 당 산하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을 통해 성장해 권부에 진입한 공청단파가 그것이다.
시 주석이 속한 태자당은 공산당 내 주류다. 부모 세대가 혁명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만큼 당에 대한 주인 의식이 강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집권기에 형성된 상하이방은 시장경제를 발전시킨 공이 크다. 공청단파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 이후 중앙·지방정부의 요직에 대거 진출하며 세력을 키웠다.
이 3개 정파들은 '당내 당'으로 서로 견제하고 연합하며 최고지도부를 구성한다. 현재는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연합해 공청단파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에서 재편된 상무위원회 멤버 7명 가운데 태자당·상하이방 연합세력은 5명을 차지했다. 시 주석,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이 그들이다. 공청단파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등 2명뿐이다.
공청단파는 차기 상무위원회에서 판도 변화를 노리고 있다.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이 정년으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이 자리를 공청단파의 실력자들이 상당 부분 접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공청단파인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확실시되고,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 왕양(汪洋) 부총리, 류치바오(劉奇葆) 중앙선전부장도 유력 후보다. 상하이방에는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런 정세를 파악한 시 주석이 최근 차기 주자 키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자당·상하이방 세력을 상무위원 진출이 가능한 요직에 중용해 세력판도 재편을 꾀한다는 것이다.
공청단파는 비상상황이다. 벌써 공청단파가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3중전회 결정 내용 초안 작업에 공청단파의 대표격인 리 총리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 정가 소식통은 "지난해 보시라이(薄熙來) 사태처럼 정치적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청단파의 열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공산당 3대 정파
중국 공산당 내에서 출신과 지역 등에 따라 형성된 정치 세력. 혁명 원로 자제들이 모인 태자당(太子黨), 상하이 출신 인사들의 세력인 상하이방(上海幇), 공산주의청년단을 통해 성장해 권부에 진입한 공청단(共靑團)파 등 3대 정파가 있다. 이 정파들은 '당내 당'으로 서로 견제하고 연합하며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는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연합해 공청단파와 경쟁하는 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