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는데, 결핵 발생률 1위라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 발생률(12.7명)의 8배나 된다. 의료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의 결핵 발생률이 한국보다 의술이 떨어지는 캄보디아나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인 까닭이 뭘까.

한국을 찾은 미국의 결핵 전문가 마이클 브레넌(Brennan·66) 박사는 "한국은 예전부터 결핵 환자가 많은 데다 서울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가 많아서 전염이 매우 쉬운 환경"이라며 "예컨대 택시 안 같은 밀폐 공간에서는 숨만 쉬면 결핵이 옮는 환경"이라고 했다.

마이클 브레넌 박사는 “현재 차세대 결핵 백신 총 18건을 연구 중”이라며 “한 건만 성공해도 결핵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레넌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결핵 백신(BCG) 생산 및 허가 책임자로 일했던 결핵 전문가다. 현재는 결핵 백신을 연구하는 비영리 기관에서 일한다. 그는 지난 12일 질병관리본부가 개최한 '결핵 백신 개발 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했다.

브레넌 박사는 "결핵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매년 900만명 이상 발생하는 강력한 전염병"이라고 결핵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며 적은 균으로도 빠르게 감염될 수 있다. 현대 의학이 크게 발전했어도 정작 결핵을 예방하는 백신은 '불 주사'로 알려진 'BCG 백신'이 유일하다. 이 백신은 15세 미만에게서만 예방 효과를 볼 수 있고 폐결핵 예방률도 60~80% 정도에 불과해 그동안 꾸준히 차세대 백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결핵은 한번 걸리면 항생제가 잘 안 듣습니다. 결핵균이 빠르게 항생제 내성을 갖추기 때문이지요. 예방이 중요한데, BCG 백신으로는 청소년기가 지나면 예방 효과가 없으니 빨리 보완해야 합니다." 브레넌 박사는 "라트비아에서 만 10~14세 남성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명 남짓인데, 45~54세 남성의 발생률은 120명에 달했다"고 했다. 성인 결핵을 예방할 방법이 없어 나타난 결과다.

브레넌 박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결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수단은 차세대 백신"이라며 "지금 세계적으로 4건이 임상 시험 중이니 빠르면 5~10년 사이에 백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차세대 백신이 빨리 나오려면 한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제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백신은 대개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단독으로만 두 건을 연구하고 있다. 브레넌 박사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결핵 백신 연구를 주도하다 보니 국제 공동 연구에 잘 나서지 않는다"면서 "대학교 등에서 세계 연구자들과 협력해 기술을 공유하면 더 빠른 성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