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추신수의 몸값에 대해 9000만달러를 언급해 주목된다. 올초 추신수가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후 인터뷰를 할 당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보라스. 스포츠조선 DB

'바이 아웃(buy out)', '옵트 아웃(opt out)',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

LA 다저스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하지 못했다. 스포츠조선 DB

어디선가 꽤 많이 본 듯한 용어들이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아리송하다. 여러 분야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이다. '바이 아웃'은 기본적으로 경제 용어지만, 때로는 유럽축구 구단이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적용되는 특별 조항을 뜻하기도 한다. 또 '옵트 아웃'은 IT 용어이자 유럽 정치 용어다. 한편 '퀄리파잉 오퍼'는 2012년에 등장한 신조어다.

그런데 이 세 용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프리에이전트(FA)와 관련이 있다는 것. 그러다보니 이러한 용어가 최근 스토브리그에 돌입한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등장한다.

FA제도의 역사가 긴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과 선수 노조가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조항을 만들어 제도를 보완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런 용어들이 등장했다. 국내 프로야구에는 아예 없는 이 조항들, 과연 어떻게 적용되는 것일까.

▶'바이 아웃'(속뜻 : 이 돈 줄테니 나가줄래)

한 마디로 구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뛰어난 FA 선수나 혹은 FA 자격을 얻기 직전의 유망주를 붙잡기 위해서 거액의 장기계약을 제시한다.그런데 미래의 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최고의 기량을 보였던 선수가 2~3년 뒤에 부상 등의 이유로 기량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몸값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남기는 이른바 '먹튀'가 된다. 구단이 큰 손실을 입게되는 상황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바이 아웃'이다. 구단은 장기 계약의 마지막 해에 이 조항을 걸어둔다. 그래서 만약 해당 선수가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새로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바이 아웃'으로 저렴하게 설정한 금액만 지급하고 결별하는 것이다. 해당 선수는 다시 FA시장에 나올 수 있다.

지난 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와 좌완 투수 배리 지토(35)의 결별이 대표 사례다. 오클랜드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2002년 사이영상을 받았던 지토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와 7년간 1억2600만 달러(한화 약 1336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7년 계약이 끝난 뒤 2014시즌에 지토에 대한 바이 아웃 옵션을 걸어뒀다.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지토와 2014시즌에도 계약을 연장한다면 1800만 달러의 연봉을 줘야 하지만, 바이 아웃을 사용하면 700만 달러만 주고 방출한다는 내용. 2014년에 만 36세가 되는 지토가 하락세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토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7년간(2007~2013) 63승 80패, 평균자책점 4.62로 부진했다. 2012년에는 15승(8패)을 올리며 부활 기미를 보였으나 올해 5승11패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시즌을 마친 뒤 지토에게 바이 아웃 금액 700만 달러를 주고 관계를 청산했다. 지토가 2014년에도 딱히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 샌프란시스코의 입장에서는 1100만 달러를 절약한 셈이다.

▶'옵트 아웃'(속뜻 : 나 그 돈 안받고 다른 데 갈래)

옵트 아웃은 선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선수가 장기계약에 묶인 탓에 더 좋은 조건에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조항이 적용되면 선수가 구단과의 계약 기간 중 특정 시점이 되면 자의로 FA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 옵트 아웃은 국내 팬들에게도 꽤 많이 알려져있다. 바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2013년 LA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이 조항을 넣었기 때문.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LA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런데 이 계약 내용에 '옵트 아웃'이 포함됐다. '2013시즌부터 5년간 동안 750이닝을 소화하면 2017시즌 종료 후 FA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 류현진이 2018년 연봉을 안받는 대신 1년 먼저 FA시장에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LA다저스로서는 류현진이 201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막을 권한이 없다. 류현진을 붙잡으려면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FA계약을 맺어야 한다. 만약 류현진이 옵트 아웃 조항을 행사하지 못해도 큰 손해는 없다. LA다저스와의 계약에 보장된 2018시즌 연봉을 받고 뛰면 된다.

▶'퀄리파잉 오퍼'(속뜻 : 이 돈 드릴테니 남아주세요 and 얘 데려가려면 지명권내놔)

퀄리파잉 오퍼는 지난해에 메이저리그 노사협약에 의해 처음 도입된 제도다. 그래서 바이 아웃이나 옵트 아웃에 비해 한층 생소하다.

쉽게 풀이하면,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원 소속팀이 적정 연봉을 줄테니 1년만 더 뛰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만약 선수가 이를 거부하면 그대로 FA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때 구단이 해당 선수에게 제시하는 연봉은 메이저리그 상위 연봉 선수 125명의 평균치다. 그래서 해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에는 1330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1410만 달러로 약간 올랐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재정력이 부족한 구단이 FA 선수에게 보내는 러브콜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퀄리파잉 오퍼에는 또 다른 기능이 있다. 바로 해당 구단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옵션은 만약 원 소속팀 A구단으로부터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가 이를 거부하고 FA시장에 나와 다른 B구단과 계약했을 때 발생한다. 이 경우 B구단은 다음 년도 신인드래프트 1~2라운드 사이의 지명권 1개를 A구단에 양도해야만 한다.

결국 퀄리파잉 옵션은 부자 구단의 FA 독식을 막는 동시에 가난한 구단이 FA를 놓쳤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해 각 구단간의 전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옵트 아웃이 류현진과 관계있던 것처럼, 퀄리파잉 오퍼는 또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관련돼 있다.

신시내티가 지난 5일 추신수에게 2014시즌 1년간 1440만 달러에 남아달라며 퀄리파잉 오퍼를 한 것. 추신수는 올해 메이저리그 FA시장의 대어로 평가된다. '1억 달러'의 대형 계약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

하지만 신시내티는 그런 대형 계약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지 않다. 결국 신시내티로서는 추신수를 잡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이라도 얻겠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