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3개월여 앞두고 윤석민 대한스키협회 회장이 취임 7개월만에 이례적으로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키는 우리나라의 취약 종목이기는 하지만 동계올림픽 전체 메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해 비중이 높은 주종목이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회장이 대한체육회 행정에 대한 실망감과 동계스포츠의 ‘빙상종목 우대, 설상종목 홀대’ 때문에 사퇴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오너 2세인 윤 회장은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 겸 태영건설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스키협회의 홍성완 수석부회장(SBS미디어넷 사장)도 이날 함께 사퇴했다. 스키협회는 변탁 태영건설 부회장이 전임 회장을 맡는 등 태영·SBS측에서 수장을 연임해왔으나 이번에 완전히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체육회는 지난달월 30일 소치올림픽 D-100일을 맞아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이상화 등이 참석했지만 스키종목 선수는 단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다. 메달권 밖이어서 국민적 관심도 적은 상황에서 스키 선수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윤 회장은 동계올림픽 단장에 김재열 빙상연맹회장이 선임되자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은 지난 20년간 설상(스키협회)회장과 빙상(빙상연맹) 회장이 번갈아 맡아왔고 소치대회는 스키협회 차례였는데 사전 언질도 없이 김 회장이 단장으로 선임된 것이 윤 회장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게 체육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체육계 일각에서는 스키종목의 불만과 함께, 삼성과 태영 두 재벌 2세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인 김재열 빙상연맹회장은 동아일보 고 김병만 전 회장의 아들이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다. 반면 윤석민 스키협회 회장은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의 아들이다.
올림픽 단장은 선수단을 인솔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일뿐 아니라, 국제스포츠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 이번 동계올림픽 단장 선임은 두 재벌 2세 간의 스포츠 무대 데뷔 경쟁라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선수단장을 놓고 ‘빙상 대 스키’ 차원을 넘는 힘겨루기가 있었다”며 “선수단장을 놓고 빙상연맹 쪽에서 막판에 경쟁에 뛰어들어 ‘삼성 대 SBS’의 가문·기업 간의 ‘기싸움’ 양상이 벌어졌으며 결국 삼성 쪽이 이겼다”고 설명했다고 문화일보는 보도했다. 그는 또 “빙상연맹의 김 회장이 선수단장을 원한 것은 국제스포츠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체육회는 “동계올림픽 단장의 선임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장의 권한이며,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선임 됐다”고 밝혔다.
또한 스키와 빙상이 번갈아 가면서 단장을 맡아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992년과 1994년에는 잇따라 빙상연맹회장이 단장을 맡은 바 있고, 과거에는 KOC위원, KOC부위원장이 단장을 역임하는 등 빙상과 스키회장이 번갈아 단장을 맡은 관례는 없다고 밝혔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2010년까지 5차례나 빙상과 스키연맹회장이 단장을 번갈아 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스키협회의 주장이 무리한 주장만은 아니어서 대한체육회의 단장 선임 절차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는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