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오라클 등 미국 대형 IT 기업들이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구하기’에 나섰다. 미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꼽는 국가 사업. 하지만 지난달 1일 출범 직후부터 각종 기술 장애로 삐걱대면서 공화당을 비롯한 반대자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급기야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IT 회사들까지 오바마케어 살리기에 동원됐다.
블룸버그는 1일 “구글과 오라클, 레드햇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수십명의 컴퓨터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를 보내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결함을 해결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MS)는 이날 구글에서 휴가 상태인 엔지니어 마이클 디커슨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모보모의 이노베이션 디렉터 그렉 거쉬먼이 웹사이트 수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CMMS 대변인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IT 기업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류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IT 회사로서 도움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직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 국민은 내년 3월 말까지 오바마케어 웹사이트(healthcare.gov)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웹사이트 내 거래소에서 여러 보험사의 건강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와 가족구성, 소득 등을 고려해 적정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설계됐다. 50개 주 중 36개 주가 이 웹사이트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주는 자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처는 내년에 보험 가입이 이뤄질 인원을 700만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웹사이트가 출범한 날 오전부터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방문자가 폭주하면서 웹사이트에 속도가 느려지거나 접속 자체가 안되기도 했다. 가입을 못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 가입이 취소되는 사례들도 나왔다. 보험사들의 경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웹사이트가 정지됐다. 1주일 새 두 번째였다. 통신사 버라이존이 소유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음날인 30일 캐슬린 시벨리우스 미 보건복지부장관은 웹사이트 결함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웹사이트가 결함투성이라 누구보다 화가 난다”며 “미 국민은 이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출범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의 가입자 수도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NBC뉴스는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지금까지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이 70만명이라고 말했지만, 그 다음 날 시벨리우스 장관은 가입을 완료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벨리우스 장관은 11월 중순이나 돼야 제대로 된 데이터가 집계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 일부에서는 웹사이트 오류와 가입 차질의 책임을 물어 시벨리우스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웹사이트 결함으로 인한 잡음을 반기는 상황이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달 1일 시작된 201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정부 지출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격한 대치 끝에 결국 미 연방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16일간 일시 폐쇄(셧다운)됐다.
미 정부는 이달 30일까지 웹사이트 오류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CMMS 대변인은 지금까지 CMMS가 쓴 IT 비용이 6억3000만달러(약 6600억원)라고 밝혔으나, 이 중 어느 정도가 웹사이트 수리에 들어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