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 대표 선거에 정부가 관리하는 온라인 투표 방식이 처음 도입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아파트 주민들이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입주자대표회장과 감사(監事), 동대표 선거를 치르는 온라인 투표 서비스를 전국 268개 각급 선관위에서 일제히 실시한다"고 밝혔다.

부정(不正)과 불복 시비로 얼룩진 아파트 선거를 정부가 직접 관리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모바일 기기 활용으로 투표 참여율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1~2012년 서울시에 접수된 아파트 민원(民願) 7244건 가운데 31.9%인 2316건이 선거 관련이었을 만큼 아파트 선거의 잡음과 다툼은 주민 자치를 저해하는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잘못된 선거에서 싹튼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시스템 활용을 원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중앙선관위 온라인 투표 홈페이지(kvoting.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국내 아파트 사상 첫 온라인 선거는 오는 31일 대전 가양동 아침마을 아파트에서 실시된다. 이날은 동대표를 선출하고, 다음 달 10일에는 입주자대표회장을 뽑는다.

투표용지 필요 없는 'paperless 선거'

아파트 온라인 투표는 선거 등록→투표 참여→개표 및 공고 등 일반 선거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선거인 명부 작성과 개표 등의 전 과정이 '종이 없이(paperless)' 전자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다르다.

중앙선관위 황성원 서기관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투표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에 합의한 주민들은 먼저 홈페이지에서 '선거 등록'을 해야 한다. 여기서 △선거 유형(입주자대표회장·감사·동대표 선출 가운데 선택) △선거인 규모 △투표 일시와 장소 △투표 방식 등을 결정한다. 주민들이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公約), 투표에 참여할 명단과 휴대전화 연락처,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하면 투표 준비가 끝난다.

선거 당일 오전 주민들은 온라인 투표 사이트 주소와 본인 인증번호(영문·숫자로 조합된 6자리)가 담긴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받는다. 투표 사이트에 접속해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원하는 후보를 화면에서 선택해 터치하는 간단한 과정으로 투표가 끝난다. 온라인 방식에서는 투표 종료 전까지 다시 접속해 기표 내용도 수정할 수 있다. 개표 결과는 투표가 모두 끝난 직후 곧바로 발표된다.

황성원 서기관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는 선택한 후보자 기호를 인증번호와 함께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투표하면 된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해 현장 투표소 방식도 병행할 수 있다.

"유·무효표 시비 사라질 것"

아파트 주민들은 온라인 투표 서비스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선거 관련 다툼으로 소송전까지 겪은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그간 선거 파행의 원인이 된 유·무효표 시비(是非)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입주자대표는 "뭔가 '작전'을 벌여 기득권을 지키려는 후보자 측에서 투명한 온라인 방식을 선뜻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투표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선거인 1명당 700원 안팎이 될 예정이다. 중앙선관위는 유권자 규모 등을 감안해 차등 요금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 서비스 기간인 11월 말까지는 무료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