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A초등학교에는 걸스카우트나 아람단 같은 청소년단체가 하나도 없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스카우트·걸스카우트·아람단 등 3개 단체가 있었는데, 가입하겠다는 학생들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없어진 것이다. 작년에는 3개 단체 통틀어 전교생 700명 중 17명만 지원했다. A초 관계자는 "지원하는 학생들이 없으니 운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전국에 100만명 이상 학생이 가입해 활동했던 청소년단체 회원 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학생들이 학업이나 다른 활동들로 바빠 청소년단체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반 토막 난 청소년단체 회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소년단체는 스카우트(과거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청소년연맹(학급별로 아람단·누리단·한별단) 등이다.

1922년 창설된 청소년단체 보이스카우트는 2002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여학생도 함께 뽑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름도 '컵스카우트'(초등학생), '스카우트'(중학생), '벤처스카우트'(고등학생)로 바꿨다. 스카우트는 1997년에 회원 수가 35만63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줄어 올해는 15만240명까지 떨어졌다. 16년 만에 회원 수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스카우트가 없는 학교도 2009년 260여개에서 지난해 350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걸스카우트 가입 학생도 41% 감소(1997년 23만4200명→2013년 13만7300명)했고, 청소년연맹에 가입한 학생도 46% 감소(1997년 44만4800명→2013년 23만7900명)했다.

◇애들도, 교사도 "다들 바빠서…"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권모(42)씨의 두 초등학생 자녀(13세·10세)는 한 번도 청소년단체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평일엔 학교 끝나면 방과후 수업 듣고 곧장 학원 갔다가 밤늦게야 집에 돌아온다.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농구클럽 가서 운동하고 가끔 부모님이랑 여행 간다. 권씨는 "요새 애들은 너무 바빠서 스카우트 같은 데 가입할 생각도 안 하더라"며 "단체 활동을 하면 협동심이나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데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교사 때 30년간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활동을 했던 진만성 강신초 교장은 "스카우트의 최대 특징이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인데, 요즘은 주5일이 되면서 부모님과 주말에 여행도 많이 가고 민간단체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청소년단체에 가입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인솔할 '지도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도 청소년단체가 약화된 주요 이유다. 청소년단체 지도교사를 하면 한두 달에 한 번씩 주말에 학생들을 데리고 야외 활동을 가야 하는데, 교사들이 이를 꺼린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도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2007년부터 승진 가산점까지 주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요즘 교사들은 개인 시간을 중시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해 청소년단체 지도자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B초등학교는 매년 지도교사를 못 구해 쩔쩔매다가 작년에 청소년단체를 폐지해 버렸다.

김용대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활동운영부장은 "청소년단체는 학생들이 학년 구별 없이 어울리면서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르는 장점이 있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학생들에게는 특히나 필요한 활동"이라며 "단체들도 시대 변화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선해서 학생들의 관심을 드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