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얀마(당시 버마)에서 자행한 폭탄 테러가 오는 9일로 30주년을 맞는 가운데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민관(民官)건립위원회(위원장 권철현 세종재단 이사장)는 최근 8차 회의에서 오는 12월 20일쯤 추모비 준공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에는 희생자 17명의 유가족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추모식을 열 수 있게 됐다.

◇높이 1.5m 추모비에 순국 사절 17인 새겨

위원회가 확정한 설계안에 따르면 추모비는 높이 1.5m, 두께 1m로 미얀마 정부가 제공한 아웅산 국립묘지 내 경호동 인근 부지(260㎡)에 들어선다. 30년 전 테러 현장에서 불과 50m 거리다. 아웅산 국립묘지는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과 그의 동료를 추모하는 미얀마의 성소(聖所) 같은 곳으로 특별 행사가 있을 때만 일반인에 공개돼 왔다.

추모비는 진한 회색을 띠는 '블랙 콘크리트' 소재로 조성된다. 주변 시설도 같은 소재를 택했다. 설계를 맡은 박창현 건축가는 "해외 다양한 추모 시설을 참조했다"며 "추모 시설인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가상도(위)와 조감도(아래). 아웅산 테러 현장과 50m 떨어져 있으며 미얀마 최대 불교 유적지 쉐다곤 파고다로부터 약 100m 떨어져 있다. 추모비에는 순국 사절 17인의 이름이 새겨지게 된다. 가상도에서 추모비 뒤로 보이는 붉은 건물은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 추모탑의 일부다.

추모비 위에는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라는 글과 함께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테러 당시 희생된 17명의 이름과 직책이 한글로 새겨진다.

추모비 앞에는 참배객들이 꽃을 놓을 수 있도록 낮은 제단도 마련된다. 작은 금속 구슬 소재로 문장 형태를 표현해 온 조형미술가 고산금씨의 작품도 설치될 예정이다. 추모비 가운데에는 어른 손으로 한뼘 너비의 틈이 나 있다. 추모비 앞에 선 참배객들은 그 틈을 통해 1983년 테러가 일어났던 장소를 직접 볼 수 있다.

한국·미얀마 정부도 긴밀히 협조

지난 3월 건립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추모비 건립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한국과 미얀마 정부는 긴밀히 협의해 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얀마 정부 인사와 협의를 할 때마다 추모비 건립이 잘 이뤄지도록 당부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도 추모비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위원회는 추모비 건립 비용으로 총 7억3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권철현 건립위원회 위원장은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족 지원 사업을 해온 세종재단과 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전국경제인연합회·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이번 추모비 건립을 위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초 건립위원회는 아웅산 폭탄 테러 30주기인 10월 9일에 맞춰 미얀마 현지에서 추모비 준공식을 겸해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미얀마 정부 내부의 사정과 우기(雨期)가 겹치면서 다소 연기됐다.

건립위원회는 7일 오전 10시 파주 임진각 내에 있는 아웅산 순국 외교 사절 위령탑을 방문해 헌화하고, 그간의 사업 추진 경과를 보고한다. 행사에는 고(故) 서석준 부총리의 부인인 유수경 국민대 명예교수,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들인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등 유족들과 권 이사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이인재 파주시장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