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미 조지타운대 샌드라 캘버트(Calvert) 교수는 '엘모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엘모'(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캐릭터) 등 캐릭터를 교육에 활용할 때 어린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스마트기기가 대중화되고 글로벌화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어린이가 접할 수 있는 캐릭터의 가짓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다.

◇'스마트'하게 습관·한글 교육

(왼쪽부터)'토카 헤어 살롱' 앱 캡쳐 화면과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캐릭터.

최이아(2·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양은 요즘 스마트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토카' 시리즈에 푹 빠져 지낸다. 스웨덴의 유아 교육용 앱 개발사 '토카보카'의 제품으로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해 음악·미술·집안일 등 다양한 분야에 아동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최양의 어머니 김인순(38)씨는 "아이가 시리즈 중에서도 요리를 할 수 있는 '토카 키친 몬스터'와 머리 손질을 하는 '토카 헤어 살롱'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브로콜리나 토마토 등을 먹기 싫어하고 헤어드라이어 소리를 무서워해서 머리 말리는 게 큰일이었어요. 그런데 앱 속 캐릭터가 채소도 맛있게 먹고 머리도 다듬는 모습을 보더니 점차 거부감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김씨는 최양의 교육에 스마트기기와 캐릭터를 활용한 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병아리 캐릭터가 등장하는 '치로와 친구들' 앱을 통해 최양 스스로 한글을 깨치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는 자녀 손에 스마트기기를 쥐여주지 않는 게 불가능한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캐릭터 덕분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재밌게 배워나가는 아이 모습을 보니 저도 만족스럽고요."

◇'글로벌'하게 예절·영어 교육

지난달 18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는 '디즈니 프린세스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행사가 열렸다. 월트디즈니사(社)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공주 캐릭터들을 활용, 5~10세(한국 나이 기준) 여아에게 식사 예절 등을 가르치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했던 위현서(3·서울 강서구 화곡동)양은 '소피아 공주'(왕과 결혼한 엄마 덕분에 갑자기 공주가 된 디즈니의 새로운 캐릭터) 이야기를 바탕으로 △쿠키·식전 빵을 먹는 법 △포크·나이프·냅킨 사용법 등을 배웠다.

위양의 어머니 함명주(33)씨는 "현서가 이날 배운 식사 예절을 평소에도 실천하는 것은 물론 디즈니의 명작 동화책에도 푹 빠져 지낸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전에도 캐릭터가 등장하는 책을 위양의 교육에 활용했다. 배변 교육을 할 때는 인기 캐릭터 '뽀로로'가 등장하는 '뿡뿡 뽀로로와 응가 해요'(키즈아이콘) 책을 사용하는 식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식사 예절 교육을 담당했던 이은서(27) 한국글로벌재단 교육기획팀장은 "'교육'이라고 해서 딱딱하게만 접근하면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어버린다"며 "순발력은 높지만 오래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유아에게 캐릭터를 활용한 흥미 유발은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