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어느 교회가 설치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올 들어 176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부분 미혼모가 몰래 놓고 간 경우다. 이 숫자가 2011년 22명이었다가 작년 67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금 추세대로 가면 연말까지 250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 교회는 아기가 아무 데나 버려져 생명이 위험해지는 걸 막기 위해 2009년부터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버려지는 아기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작년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것과 관련이 있다. 바뀐 법은 친생모(親生母)가 일단 아이를 자기 가족관계등록부(과거의 호적)에 올리고 출산 후 7일 이상의 숙려(熟慮)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 입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분별한 입양을 막고 입양된 아이가 나중에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근거를 남겨놓기 위해서다. 친생모의 가족부에 올랐던 아기 기록은 입양 절차가 끝나면 말소된다. 다만 입양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친부모가 동의하면 법원 허가를 받아 친부모 관련 법원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

미혼모들은 아기를 입양시키려면 먼저 자기 가족등록부에 올린 다음 법원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고는 아기를 몰래 버리는 선택을 하는 수가 많다. 실제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정식 입양 건수도 부쩍 줄었다.

버려진 아기들을 위해 만든 법 때문에 몰래 버리는 아기가 더 늘어난다면, 미혼모가 미성년자일 경우엔 아기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지 않더라도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원이 입양 허가 과정에서 아기 엄마의 신원을 확인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내부 기록만 남겨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엔 엄마가 혼자 아이를 양육할 경우 정부가 생계비·아동교육지원비·양육비를 지원하고 직업훈련·고용알선도 해주도록 하고 있다. 입양 기관들이 입양 신청하는 미혼모들에게 아이를 직접 기르며 자립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걸 설명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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