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분야 명의(名醫)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노재규(65) 교수가 8월 말 서울대를 정년 퇴임하고, 이번 달부터 국군수도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노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대통령 주치의를 맡으면 으레 대통령 신경과 진료를 전담했던, 국내 최고 뇌졸중 전문의다. 국군통수권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이제 현역 장병 진료에 나선 셈이다.
지난 30일 관악캠퍼스에서 정년 퇴임식을 마친 노 교수는 "국군수도병원의 신경과 진료 수준을 발전시켜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40년간 익힌 노하우를 군진의학 발전에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국군수도병원의 계약직 전문 의사는 준(準)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노 교수는 국립대 교수가 퇴임 후 받게 되는 연금을 이곳에 재직하는 동안 받지 못하게 된다.
그는 1980년대 뇌졸중 학회를 처음 창립한 개척자다. "그때만 해도 뇌졸중은 모두 중풍으로만 알았고 다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첨단 의학 진단을 통해 뇌졸중이 뇌혈관 자체 문제로 생겼는지, 뇌동맥 경화로 온 것인지, 심장에서 생긴 혈전(피딱지)이 뇌로 들어와 발생한 것인지 등 다양한 원인을 정확하게 구별하여 치료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후유증을 줄이고 적게 재발하니까요."
노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외 신경과학 학술지에 논문 380여편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 뇌졸중 학회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우리나라 신경과학 위상을 국제적으로 크게 높였다.
그는 "뇌졸중은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비만, 고혈압, 짜게 먹는 식습관, 심장질환 등 뇌졸중 유발 위험 인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발생 위험이 그 개수를 곱하는 수준으로 커진다"며 "많은 이가 비방을 찾고 한 번에 해결하려 하는데, 이 위험 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뇌졸중 공포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낙후된 군진의학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묻자, 그는 "우수한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민간 분야 의사들이 군 병원에 몸담고 싶어도 현역 군인과 같은 경직된 근무 환경 때문에 참여를 주저한다"며 "미국처럼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군 병원 의사들도 다양한 연구와 학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 경제적인 대우를 떠나 군 병원에서 일할 의사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