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 5년생 아들을 둔 학부모 이현숙(37·서울 강서구)씨는 올 초부터 자기주도형 영어학원 윤선생영어숲(이하 '영어숲')이 제공하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베플리맘'을 사용 중이다. 베플리맘의 여러 기능 중 이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음성 파일 청취' 기능. "아이가 영어숲에서 공부하며 녹음한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유용해요. 그와 함께 업데이트되는 강사 평가를 기억했다 칭찬해주니 무뚝뚝한 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2 정인모(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휴학 중) 아이엠컴퍼니 대표이사는 지난해 4월 안드로이드·iOS용 앱 '아이엠스쿨'을 발매했다. 아이엠스쿨은 지난 2011년 대전광역시청이 주관한 대학창업300프로젝트(현 '대학및청년창업500프로젝트')에서 1300만원을 지원받은 아이템이다. 아이엠컴퍼니는 희망 학교에 한해 아이엠스쿨 사용 권한을 주며, 이용 허가를 받은 학교 교사는 아이엠스쿨을 통해 공지사항 등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교육기관과 학부모 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윤선생은 올 3월, YBM잉글루는 지난달 각각 회원 학부모용 앱을 배포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정 대표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아이엠스쿨을 이용하는 전국 초·중·고교는 200여 곳. 앱 다운로드 횟수는 35만 건에 이른다.
이런 점 좋더라|바로바로 소통… 휴대 간편해 정보 접근 용이
교육 현장에서의 스마트폰 활용 증대에 대해 학부모는 대체로 반색한다. 이들이 가장 반기는 건 '실시간 소통'의 혜택이다. YBM잉글루의 학부모용 앱 '잉글루앱'을 사용 중인 송진아(34·서울 관악구)씨는 '출결 체크' 기능 덕에 큰 걱정을 덜었다. "초등 1년생 아들이 YBM잉글루에 다니는데 학원이 집에서 꽤 멀어요. 태권도학원 차를 타고 이동시키다 보니 아이가 제 시간에 잘 도착했는지 늘 신경 쓰였죠. 그런데 잉글루앱을 내려받은 후 학원에서 출석 점검을 할 때마다 문자 메시지처럼 알람이 와 한결 안심이 됩니다." 간편한 휴대와 높은 접근성 역시 학부모용 앱의 장점이다. 이현숙씨는 "베플리맘에서 접하는 영어숲 관련 정보는 이전에도 웹에 공개됐었지만 그걸 확인하려 일부러 PC를 켜진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용 앱이 교육 시장에서 학부모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앱 활용 이전까지 대다수의 학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지갑을 여는 등 엄연한 교육 주체인데도 막상 자녀가 하는 공부를 세세하게 알긴 어려웠다. 민지영 윤선생 스마트연구팀 선임연구원은 "학부모가 앱을 통해 자신의 '알 권리'를 찾아가면 결국 학원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 아쉬워|앱 활용 여하 따라 부모들간 정보 격차 벌어져
학부모와 달리 학생들은 학부모용 앱 출시가 그리 달갑잖다. 이건전 경기 시흥 대흥중 교사(정보부장)에 따르면 '부모님이 학교 사정을 너무 잘 알게 될까 봐' 부모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몰래 지우는 학생까지 있을 정도다.
교육기관 입장에서도 (학부모용 앱을 통한) 회원의 학습 정보 공개는 영 부담스럽다. 실제로 일부 학원장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민지영 연구원은 "베플리맘을 운영해보니 일부 학부모는 학부모용 앱을 '(학원 운영에 대한) 간섭 도구'처럼 사용하더라"며 아쉬워했다. "베플리맘에서 조회한 회원의 음성 파일엔 해당 회원의 컨디션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이를테면 슬럼프를 겪는 친구들은 목소리부터 작죠. 그럴 때 일부 학부모는 '학원에서 어떻게 가르치길래 내 아이가 공부를 힘들어하느냐'며 덮어놓고 항의합니다. 학원장 입장에서 학부모의 이런 반응은 적잖이 부담스럽죠."
정보의 양극화 현상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 차가 앱 활용 여하에 따라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전 교사에 따르면 "아이가 학교 생활에 무관심하면 부모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런 부모들은 굳이 가정통신문 받겠다고 앱을 내려받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지 않은) 조부모여도 앱 혜택을 받기 어렵고요. 결국 학부모용 앱을 십분 활용하는 부모들과의 정보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전형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