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실내 스키 연습장. 한낮 기온이 최고 33도까지 올라간 8월 무더위에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한 초등학생 12명이 발에 스키를 신고 있었다. 가로 12m, 세로 9m 작은 슬로프에는 하얀 눈 대신 초록색 인조잔디 카펫이 깔려 있었다.

몸풀기 운동을 마친 아이들은 어린이용 스키를 신고 꽃게처럼 옆으로 걸어 슬로프 위로 올라갔다. 4명씩 조를 이뤄 스키로 A자를 만들며 내려오는 연습을 했다. "발뒤꿈치로 밀어야 A자가 쉽게 만들어지지!"라며 강사 이승욱(30)씨가 시범을 보였다. 아이들은 오른발 스키 날을 세워 옆으로 밀면 몸의 방향이 왼쪽으로 가고 왼발 스키 날을 세우면 몸이 오른쪽으로 가는 원리도 익혔다.

스키 초보인 초등학생들이 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실내 스키 연습장에서‘A자’모양으로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여름에 배워서 겨울에 즐기자'. 한여름에 스키를 신고 낑낑거리는 아이들의 '학습 목표'다. 전국스키연합회는 국민생활체육회(회장 서상기)의 동계 스포츠 보급 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지난 5월부터 실내 스키 강습을 운영해왔다. 2주 동안 두 시간씩 총 4차례 강습을 받은 뒤 3주차엔 경기도 부천시 실내 돔스키장의 눈 덮인 슬로프에서 실전 교육을 받는다. 실제 경비가 30만원이 훌쩍 넘는 프로그램이지만 1인당 강습료 5만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달 1일 모집을 시작하면 금세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스키를 타던 장아루(7)양은 "지난겨울 스키장에 갔을 때 눈이 많이 와서 초급반 스키 강습이 취소돼 아쉬웠다"며 "이번 여름에는 스키를 열심히 배워서 올겨울에 아빠와 스키장에서 꼭 같이 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아버지에게 스키를 배웠던 한재희(7), 승희(5) 형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배웠던 것을 잊어버려 실내 스키 연습장을 찾았다. 재희군은 "여름에 스키를 배운다고 하면 친구들이 무척 신기해하고 부러워한다"고 했다.

실내 스키 강습의 가장 큰 장점은 스키의 기초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사 이씨는 "한겨울 스키장에서 교육을 하면 워낙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목소리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처음부터 올바른 자세를 잡으려면 눈 위에서 급하게 배우기보다 실내에서 차근차근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전국스키연합회 홈페이지(http://ski.sportal.or.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