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사무실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사다. 출근하면서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어느새,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식으로 인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도 아니고 "좋은 아침"이라니. 이건 영어 'Good morning'의 직독 직해 아닌가.
어릴 적, 초등학교는 한창 언어 순화 중이었다. 쓰메키리, 다꽝, 벤또, 와리바시, 와사비…. 어릴 때부터 흔히 듣고, 할머니·엄마가 늘 쓰시던 단어였는데 일제강점기의 잔재라 하여 하루아침에 쓰지 말라는 불호령이 학교에서 떨어졌다. 부지불식간에라도 일본어 단어를 쓰면 나쁜 학생이 되는 것 같았고, 학생들 사이에도 일본풍 어휘를 쓰면 매국노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퍼졌다. 나름대로 10년 가깝게 쓰던 단어를 떼어내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아침 인사는 언제부터 "안녕하세요"가 아닌 "좋은 아침"이 되어가고 있나. '좋은 아침'뿐 아니라, '어젯밤'도 요즘은 모두 '지난밤'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어젯밤을 'last night'라고 하는 영어의 영향일 것이다. 어쩌면 평상시 짧은 영어 단어를 쓰기만 해도 영어 능력 지수가 올라간 것처럼 대하고, 영어 단어의 활용 빈도를 학식의 척도로 보는 듯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일본어 단어 사용을 성토했던 내 초등학교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영어를 그대로 해석한 듯한 번역체 문장을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이 과거 우리에게 끼친 피해의 역사를 이해한다고 해도 언어 사용에 이렇게까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게 나는 어색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좋은 아침"이라니.
※이번달 일사일언은 김지영씨를 비롯해 석창인 치과의사·음식칼럼니스트, 소설가 이영훈씨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