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성사시킨 광주광역시가 올 4월 유치신청서를 세계수영연맹에 제출하면서 '정부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지원했던 1억달러만큼 재정지원 하겠다'고 내용을 위조한 정부재정보증서를 첨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원래 지원 약속 서류엔 액수 표기 없이 '적극 지원하겠다'고만 돼 있었던 것을 광주시 공무원이 내용을 바꾸어 제출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지난 4월 국제수영연맹 실사단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하기 직전 확인했지만, 광주시가 '개최지 결정 때까지 문제 삼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 광주시는 보증서 위조가 드러난 후 연맹에 추가로 낸 두 번의 유치 의향서엔 원래 정부로부터 받은 서류를 끼워넣었다. 국제수영연맹은 19일 스페인 총회에서 광주시와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경합해온 세계대회 개최지를 광주시로 결정했다. 정부는 뒤늦게 "광주시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의 총리·장관 서명 위조는 국제 망신이다. 앞으로 국제 사회에선 대한민국 지자체가 국무총리 서명을 받아 국제기구나 국제단체에 제출하는 서류도 진짜인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광주시는 지역 사이비 단체들이 광주시장 서명을 위조해 사기 행각을 벌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도 한심하다. 정부는 보증서 위조를 올 4월 확인하고서도 지금껏 입을 닫고 있었던 것에 대해 "개최지 결정 후 광주시를 고발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광주시의 대회 유치가 결정된 마당에 국제 사회에서 "대회를 몰수하라"는 주장이, 국내에선 "대회를 반납하라"는 여론이 터져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근본 문제는 지방 도시들이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를 중앙정부 돈을 빼내 쓰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시는 이미 유치해놓은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시비(市費) 5500억원에 국비 지원금 2600억원을 보태 76개 경기장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인천광역시도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에 드는 예산 1조94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지자체들의 국제대회 유치 신청은 사전에 정부와 협의해 재정 지원 규모를 확정해놓은 후에나 가능하도록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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