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후드티를 입은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자경단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해 지난 13일 무죄 평결을 내린 뒤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자경단원은 "후드티를 입은 소년이 수상해 보였다"며 열일곱 살 소년을 쏘았다고 말했다. 모자 달린 면 상의를 뜻하는 후드티엔 왜 '위험 인물의 옷'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을까.
후드티는 1930년대 챔피언사(社)가 뉴욕주(州) 북부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처음 만들었다. 추운 창고에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상의에 쉽게 썼다 벗을 수 있는 모자를 부착한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초기엔 일용직 노동자들이 이 옷을 주로 입었고, 그래서 저소득층의 옷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후드(hood)는 영어로 '덮개'라는 뜻이다.
1976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복싱 영화 '록키'와 함께 후드티엔 '약자의 저항'이란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 영화는 밑바닥 인생을 살던 사채(私債) 수금원 록키가 복싱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 속 가난한 록키는 제대로 된 운동복이 없어 훈련할 때 낡은 회색 후드티를 주로 입었다.
록키 이후의 후드티는 두 개의 각각 다른 집단을 기반 삼아 발전해 갔다. 한쪽은 대학 운동부였다. 뉴욕타임스는 후드티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대학생들이 실외용 훈련복으로 후드티를 맞춰 입었고 점차 학교 이름을 쓴 후드티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쯤엔 후드티가 '학생 패션'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후드티 패션의 저항 정신을 이어받은 또 다른 집단은 1980년대부터 인기를 끈 미국의 래퍼들이었다. 1986년 데뷔한 힙합그룹 'N. W. A.'는 후드티를 입고 나와 '갱스타 갱스타(Gangsta Gangsta)', '진짜 검둥이는 죽지 않아(Real Niggaz Don't Die)' 같은 노래를 히트시켰다. 'N. W. A.'의 폭발적 인기와 함께 후드티는 래퍼, 그리고 래퍼 지망생들의 '유니폼'이 됐다.
후드티에 '범죄'라는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추가된 시기는 2000년대였다. 빠르게 늘어난 보안용 CCTV가 원인이었다. 얼굴이 찍히지 않으려는 강도와 도둑들은 종종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6월 미국 보스턴 이스턴은행에 나타난 강도는 짙은 파란색 후드티의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었다. 지난 2월 오클라호마 IBC은행을 털어간 2인조 강도도 후드티를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후드티 범죄자'가 늘자 영국 켄트의 블루워터 쇼핑센터처럼 '후드티 출입 금지'라는 규칙을 내건 공공장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편 최근엔 대학생 시절 창업하는 젊은 벤처인들 덕분에 창의성의 상징으로 취급받는, 급(級)이 다른 후드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는 맞춤 제작한 후드티를 옷장 속에 20여벌 넣어두고 즐겨 입는다. 저커버그가 입었다는 중고 후드티는 지난해 이베이에서 4000달러(약 450만원)에 팔렸다.
저커버그는 2011년 나스닥 상장 전 투자설명회를 하면서 후드티 차림으로 월가의 투자자들을 만나 값비싼 정장을 입고 나온 금융맨들을 경악시켰다. 당시 블룸버그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후드티가 기업인으로서 저커버그의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비난했지만 CNET 같은 정보통신 매체들은 "후드티는 벤처 정신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