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선이 쿠바에서 무기를 싣고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다 적발된 가운데, 지난해에도 북한 화물선이 이번과 유사한 항로로 쿠바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방국가 등이 가장 엄격하게 제재를 가하는 나라인 북한과 쿠바가 모종의 '무기 커넥션'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 선박 정보업체인 영국 IHS 페어플레이는 17일(현지 시각) "지난해 선박 운항기록을 확인한 결과 북한 '어은청년호(O Un Chong Nyon Ho)'가 지난해 5월 파나마운하를 통해 쿠바에 들렀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HS 페어플레이에 따르면 어은청년호는 지난해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5월 4~5일 쿠바 아바나에 정박했다. 이어 쿠바 설탕 수출항 푸에르토 파드레로 이동했다 다시 아바나로 돌아와 3주간 머물렀다. 어은청년호는 6월 21일 파나마운하를 경유해 태평양으로 빠져나가 북한으로 향했다.

17일(현지 시각) 파나마 콜론시티의 경비 병력 너머로 억류된 북한 화물선 청천강호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 속 미사일 부품이 보인다. 파나마 정부는 이날 이 컨테이너들이 있던 곳과는 다른 화물칸에서 무기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컨테이너 2개를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청천강호도 파나마운하를 통해 쿠바 아바나항과 푸에르토 파드레항을 방문했다. 지난해 어은청년호에 실린 화물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항로의 유사성으로 미뤄볼 때 '목적'도 비슷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외신은 북한이 그동안 쿠바 설탕 수출의 주요 고객이 아니라는 점에서 어은청년호의 움직임도 무기와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IHS 페어플레이는 "소형 화물선이 잇따라 태평양을 건너 항해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AFP통신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를 인용해 북한이 무기를 수리해주고 그 보상으로 기본적인 식량을 받는 물물교환 거래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파나마 당국은 청천강호에서 무기 부품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 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호세 하울 물리노 파나마 안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350명에 달하는 경찰과 국경 순찰대원들이 북한 선박을 샅샅이 뒤졌다"며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파나마 정부는 "북한 선원 35명이 불법적으로 전쟁 물자를 수송함으로써 파나마의 안전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청천강호 선원들을 공공안전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고 BBC가 18일 보도했다. 미국은 청천강호 화물이 무기로 확인돼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추가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우리 무역선 청천강호가 억류당하는 비정상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파나마 당국은 억류한 우리 선원들과 배를 곧 출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